낮잠자는 스님은 삼천배 절을 시키기로 정하고 성철 스님이 친히 방마다 돌아볼 때가 있었다. 퇴설당, 선열당을 돌아 나올 때 선불장 대중들은 모두 긴장을 했다. 혹 자는 사람이 있을 때에는 깨워서 정신을 차리게하였다.
그 다음이 관음전 경반 인법당 차례였다.
"어어, 성철 스님 내려오고 계신다. 어서 일어나!"
지대방에서 점심 후에 낮잠을 자는 이를 깨우느라고 초비상이었다.
이때 담요를 뒤집어쓰고 잠에 취해 구석에서 곤하게 자는 한 스님을 아무도 깨우지 못하였다.
사람이 자는 것 같지 않아서 그냥 넘긴 게 탈이었다.
"네 이놈, 그렇게 낮잠을 자지 말라고 했는데!"
성철 스님께 발각된 스님은 반수면 상태에서 깨어났다.
몽롱하여 정신이 오락가락하고 있을 때였다.
다시 성철 스님의 바른 말씨가 귓전을 때렸다.
"네 이놈, 본사가 어딘데 낮잠을 자?"
낮잠을 잔 학인 스님은 그때서야 정신이 번쩍들었다.
하고 많은 본사 가운데서 엉겁결에, "송광사입니다."라는 대답을 하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