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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과 불교가 엇갈리고 마주치는 '순간'

 

또한 모든 생명종은 그 나름대로 생태계에서 위치가 있으며, 서로 끈끈하게 얽혀 있다. 예를 들어, 우리 몸은 60조 개의 세포로 이루어졌는데 내 몸 속에 세균이 그 5배 정도가 산다. 우리 배 속에 박테리아가 없으면, 소화를 할 수 없다. 식물도 박테리아가 없으면 생존하지 못하는 것은 마찬가지다. 모든 생물은 공존하고 있으며, 함께 진화한다. 이를 진화 생물학에서는 '공진화'라고 한다.

이러한 진화론의 세계관에 대해 인도 철학자 심재관은 "'나'의 존재가 다른 생명들에 의해 얽혀서 존속하고 있다는 이해가 바로 불교의 메시지"(148쪽)라고 답한다. 나아가 진화론의 세계관과 불교의 연기론이 "비슷한 정도가 아니라, 바로 그것이 연기론"(150쪽)이라고까지 말한다.

우리는 진화론 하면 '약육강식'을 떠올리는데, 다윈의 <종의 기원>에는 그런 말이 나오지 않는다. 우리가 아는 '약육강식'은 다윈의 진화론과는 전혀 관계가 없다. 그것은 제국주의 침략이 벌어지던 19세기의 사회학자 스펜서가 주장한 '사회 진화론'의 주장이다.

스펜서의 사회 진화론을 다윈의 생물 진화론으로 착각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 책은 진화론에 대한 왜곡과 오해를 넘어 진화론의 세계관에 대해 진정한 이해를 돕는다는 점에서도 역할이 있다.

"종교는 진화의 산물" vs. "불교에 대한 이해 얕아"

이 책의 하이라이트는 불교와 진화 생물학의 종교에 대한 이해가 서로 충돌하며 긴장감 있는 토론이 벌어지는 장면이다. 생물 철학자 최종덕은 종교는 '공동체의 번성을 위한 것'이고, 그 기원은 '공동체의 유지와 관리'에 있다고 말한다. 결국 '종교는 진화의 산물'(문화적 인지 능력을 진화시켜 온 결과물)이라고 주장한다. 그는 이렇게 말하며 여러 차례 '도발을 감행'한다.

"인간의 집단성이 바로 종교를 만들었다는 거예요. 진답의 존속을 더 강하게 하기 위해 종교가 필요하다는 거지요."(239쪽)

"저는 인간이 형이상학적 존재가 아니라 생물학적 존재라는 것을 항상 강조하는 편입니다. ... 인간은 신을 꿈꾸는 것이 아니라 자연재해의 공포, 이웃 부족의 공격에 대한 근심, 어두운 밤과 숲의 공포에 효율적으로 방어하기 위해 집단적으로 대비하는 조직적 권력을 꿈꾸고 있다고 봐요. 고대 구석기인이나 지금의 현대인 모두 마찬가지죠."(307쪽)

종교가 집단의 특성이라는 주장은 19세기 사회학자 뒤르켐부터 오늘날 진화 생물학자들까지 줄곧 제기하는 것이다. 공감이 가는 측면이 분명 있다.
구석기 시대의 종교 행위나 유대교와 같은 고대의 민족 종교를 보면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그런데 불교도 이에 해당할까? 불교 철학자 심재관은 "우리 대화가 이렇게 충돌하는 모습이 장점"(264쪽)이라며 너그러운 태도를 유지한 채 방어와 반격을 한다.

"단순히 인류학적인 보고서에 지나지 않는다고 봐요. ... 그런 인류학이나 종교학 서적들이 야기하는 개별 종교들의 일반화에 대해 대부분 동의하지 않아요. 너무 많은 변수들이 있어요. 결국에는 해당 종교들에 대해서 아무 것도 얘기해 주지 않거든요."(262쪽)

그는 어떤 가정을 전제로 개별 종교를 이해하려 하면 안 된다고 말한다. 나아가 불교는 공동체의 유지와 관리에는 관심이 없는 '반사회적' 종교다. 깨달음은 오로지 자신의 힘으로만 가능하다고 보며 지극히 개인주의적 태도를 보인다. 심지어 수행을 위해 가족마저 버리고 세상을 떠나버리지 않던가!

결국, 생물 철학자 최종덕은 이렇게 모든 것을 버리고 홀로 구도의 길을 걷는 불교에 대해 판단을 달리한다. 진화 생물학은 모든 종교란 공동체의 유지와 관리를 위해 나온 진화의 산물이라는 '가설'을 세웠다. 그런데 불교는 그 가설에 맞지 않는 것이다!

책에서는 진화 생물학의 가설로 불교를 판단하는 것은 유보하는 정도로 넘어간다. 그런데 '과학적 사유'란 설명할 수 없는 사례가 나오면 가설을 수정한다. 그럼으로써 과학은 계속 발전한다. 그렇다면 이제 진화 생물학의 가설을 수정할 차례가 아닐까? 물론, 인간의 다양한 문화는 진화의 산물이다. 그러나 인간은 진화의 산물을 거스를 줄도 아는 역설의 존재다.

그간 접할 기회가 별로 없던 초기 불교에 대해 알 수 있어

한편 이 책에서는 간간히 힌두교에 대한 정보도 얻을 수 있다. 불교와 힌두교의 공통점과 차이점, 고대 인도 철학과 고대 그리스 사상의 교류, 힌두교에 미친 조로아스터교의 영향 등 그간 잘 몰랐던 흥미로운 내용들이 있다. 이는 색다른 독서의 재미를 주는 요소 가운데 하나다.

무엇보다 이 책에서는 초기 불교의 모습을 볼 수 있어 이채롭다. 우리가 흔히 접하는 불교의 모습은 이른바 대승불교의 공 사상이나 선불교다. 반면 그 뿌리인 초기 불교에 대해서는 접할 기회가 별로 없었는데, 이 책이 초기 불교에 대한 지적 허기를 달래 줄 수 있다.

그리고 불교를 조금이나마 쉽게 접할 수 있다는 것과 진화론에 대한 깊이 있는 견해를 쉽게 접할 수 있다는 것도 이 책의 매력이다. 나아가 불교와 진화 생물학이 엇갈리거나 마주치는 지점을 보면서 생각할 거리가 많아지는 풍성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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