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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과 불교가 엇갈리고 마주치는 '순간'

 

bogdanov-belsky, future monk, 1889, part

수도승(왼쪽)이 말을 건네고 있고, 마주앉은 젊은이(오른쪽)는 그로 인해 진지한 고민에 빠졌다. '구도의 길을 떠날 것인가?' <승려와 원숭이>는 우리에게 불교의 메시지로 말을 걸어 독자를 생각에 잠기게 한다.

ⓒbogdanov-belsky2016.07.15

생물 철학자와 불교학자의 대담 <승려와 원숭이>

불교에 푹 빠진 인도 철학자, 과학을 사유의 기반으로 해 종교에 비판적일 수밖에 없는 생물 철학자, 이 둘이 불교에 대해 대화를 나눴다. 과학 영역과 종교 영역에서 서로 각을 세우며 긴장감 있는 토론을 벌였을 테다.

생물 철학자 최종덕과 인도 철학자 심재관이 나눈 대담을 엮은 책 <승려와 원숭이> 얘기다. 책 제목에서 '승려'는 불교, '원숭이'는 생물학을 상징한다. 또는 인간 본성의 양면성이라고 볼 수도 있다. 이 책은 자아부터 시작해서 윤회, 감정, 방편, 진화, 문화, 종교, 믿음 등 12가지 주제로 대화를 나눈다.

과연 불교와 진화 생물학 사이에는 어디까지 대화가 가능할까? 둘 사이에 어떤 공통된 사유가 있고, 어떤 대립되는 사유가 있을까?

과학 철학자 최종덕은 불교에 친화적인 태도를 보이기도 하지만, 종종 도발적으로 문제를 제기한다. 그에 비해 인도 철학자 심재관은 시종 수도승처럼 차분하다. 분명 긴장감 넘치는 토론인데도 심재관의 말은 느긋하다. 이들의 대화가 보여 주는 긴장감 속 차분함의 얽힘은 독특한 분위기를 낳는다.

'참 자아'를 찾는다? '자아는 없다'는 것을 깨닫는다!
대담의 첫 주제는 '자아'다. 혹여 어떤 이는 불교가 참 자아를 찾는다고 잘못 알고 있을 수 있다.

 

그러나 불교에서는 진정한 자아 또는 고정된 자아가 없다고 말한다. 나아가 세상에는 그 어떤 본질적 존재도 없다고 말한다. 인도 철학자 심재관은 이렇게 말한다.

"자아를 찾아가는 길과 자아를 버리는 길은 엄청난 차이가 있겠죠. ... 자아를 버린다는 뜻은 자아를 신비하고 초험적인 무엇으로 포장해 놓은 형이상학을 버린다는 뜻과 같아요. ... 본질이 있다는 것은 환상에 지나지 않다는 깨달음, 여기서부터 붓다의 가르침이 시작된다고 봅니다."(24~26쪽)

본질이 없다면, 자아란 대체 무엇인가? 생물 철학자 최종덕이 이렇게 풀이해 준다.

"양파를 쥔 원숭이는 양파 껍질을 먼저 깝니다. 그런데 껍질을 벗기고 보니 그 안에 껍질이 또 있는 겁니다. 그래서 원숭이는 껍질을 다시 깝니다. 그러면 안에 껍질이 또 있죠. 이러다 보면 원숭이는 결국 아무 내용물도 건지지를 못하죠. ... 바나나는 그 안에 본질이 있어서 겉을 벗겨내면 그 안에 알맹이를 건질 수 있는 것이죠. 그러나 양파는 아무 것도 없어요. 껍질 그 자체가 알맹이라는 것을 원숭이는 모르는 거지요. 마찬가지예요. 자아라는 것은 양파와 같아요. 껍질을 벗겨서 그 안에 참 자아가 따로 숨겨져 있다는 생각에서 과감히 벗어나야 한다는 말입니다. ... 그 껍질 자체가 바로 내 모습이고 내 진정한 자아인데, 그걸 자꾸 벗겨서 무엇인가를 찾을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우리의 허상이라는 겁니다."(33~34쪽)

생물 철학자가 불교의 '무아' 개념을 이토록 잘 풀이한다. 자아의 본질 같은 것은 없다는 데에 불교학자도 생물 철학자도 의견을 같이하기 때문이다. 진화 생물학과 불교는 또 어떤 친화력이 있을까?

진화론과 불교의 연기론은 유사한 세계관을 지닌다!?

진화론과 연기론에서도 둘은 착떡궁합이다. 최종덕은 불교와 소통 가능한 영역은 진화론의 사유 구조라고 말한다. 간단하게 설명하자면 이렇다.

진화란 발전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 갈라지면서 다양한 생명이 새롭게 탄생하는 것이다. 그것은 끝없는 변화와 다양성이 특징이다. 그렇다면 생명체는 어느 것도 고정된 종으로 불변하는 것이 아니라 끝없는 '과정적 존재'인 셈이다.

진화론이 본질을 찾는 형이상학의 사유를 부정하는 이유가 이것이다. 끝없는 변화의 과정 속에 있기 때문에 종의 본질을 추려내는 것은 좋지 않다. 이러한 사유에 대해 인도 철학자 심재관은 "불교가 가장 꺼리는 단어는 '절대'와 불변'"(223쪽)이라고 맞장구치며, 다양성과 변화의 역동성을 이해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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