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법보신문
이재형 편집국장
코로나19는 불교계에도 큰 시련이다. 절을 찾는 불자가 줄고 관람객 발길이 뚝 끊겼다. 사찰들이 법회, 교육, 순례, 방생 등 행사를 사실상 중단하다 보니 재정난이 깊어지고 있다.
개신교계가 신천지를 코로나19 확산 주범으로 맹비난하지만 정작 많은 교회들이 일요예배를 강행하는 아이러니가 경제적인 이유에 있음을 쉽게 짐작할 수 있다. 불교계는 코로나19 확산 방지의 모범 사례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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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 종단과 사찰, 불교단체들이 어려움을 겪으면서도 마스크를 나누고, 성금을 모으고, 생수와 사찰음식을 전달하고 있다.
전국 사찰에서 코로나19로 인한 희생자 애도 및 빠른 종식을 염원하는 기도가 곳곳에서 이어진다. 불교가 국가적인 재난에 맞닥뜨려 움켜쥐려 않고 펼치고 나누고 있는 것이다.
불교계의 이런 노력때문인지 불교를 긍정적으로 바라보는사람들이 부쩍 늘었다. 포털사이트에서 불교계 대응을 칭찬하는 내용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공동체가 직면한 시련을 넘어서기 위해 불교계가 앞장서는 모습이 진정성 있게 와닿았기 때문일 수 있다.
그리고 이런 긍정적인 변화는 이미 수년 전부터 있어 왔다.기독교윤리실천운동(기윤실)이 2월에 발표한 여론조사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기윤실이 전국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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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신교는 물론 다른 종교에 대한 대중들 신뢰도를 살펴볼 수 있다. 조사결과에 따르면 가장 신뢰하는 종교를 묻는 질문에 불교는 26.2%로, 가톨릭(30.0%)에이어 두 번째였으며, 개신교는 18.9%에 그쳤다. 설문에 참여한 54%의 무종교인들이 신뢰하는 종교도 가톨릭 33.0%, 불교 23.8%, 개신교 6.1% 순이었다.
이러한 결과는 개신교가 위기에 직면했음을 보여준다. 2017년 조사결과와 동일했지만 무종교인들 신뢰도는 2017년 6.8%에서 더 떨어졌기 때문이다. 게다가 목사에 대해선 ‘신뢰하지 않는다’가 68.0%였고, 타종교인·무종교인의 불신은 70%를 넘었다. 개신교인 말과 행동에 믿음이 가지 않는다는 답변도 65.3%였다.
이번에 1위를 지킨 가톨릭도 낙관적이지만은 않다. 가톨릭 언론에서
‘우리 국민이 가장 신뢰하는 종교는 가톨릭’이라는 제목을 뽑았지만 동시에 걱정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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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 신뢰도는 2017년에 비해 2.9% 감소했으며, 무종교인들 신뢰도는 이보다 더 많은 3.5% 추락했다. 아직 가장 신뢰는 받지만 감소세가 뚜렷하기 때문이다.
반면 불교계 변화는 주목할 만하다. 2017년 21.3%에 그쳤지만 2년 새 신뢰도가 4.9% 상승했다. 무종교인 불교 신뢰도 또한 2년 전 18.1%에서 23.8%로 무려 5.7% 높아졌다.
다른 종교가 현상유지도 어려웠음을 감안하면 불교 이미지는 크게 좋아졌음을 알 수 있다. 더 눈여겨볼 것은 20~30대의종교 신뢰도를 합산하면 불교가 56.5%로, 가톨릭 48.5%, 개신교 25.5%보다 훨씬 높았다.
특히 20대에서는 불교 신뢰도가 27.7%로 가톨릭 16.8%, 개신교 19.7%보다 월등히 높았다. 많은 젊은이들이 불교에 호감을 갖고 있음이 확인된 것으로 불교의 성장 동력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대단히 고무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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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같은 배경에는 다른 종교의 과도한 정치성향과 물질·성공주의, 권위주의 및 여성차별 등 부정적 이미지의 반사효과가 있을 수 있다. 그렇더라도 이번 코로나19 사태에서 보여준 것처럼 불교계가 종교인 과세, 차별금지법, 동성애 등
쟁점에 있어 일관되게 공공의 이익이나 소외 계층을 지향했던 점이 긍정적으로 작용했음은 분명해 보인다. 허나 불교 또한 마냥 반길 수만은 없다. 무종교 비율(54%)이 종교인 비율을 넘어선 데에서 알 수 있듯 한국사회는 갈수록 종교성이 옅어지고 있다. 스님이 스님답지 못하고 불자가 불자답지 못하면 언제든 비판세력으로 돌아설 수 있음을 의미한다. 특히 일부 스님들 일탈과 범계 행위는 불교계가 쌓아올린 신뢰를 한순간에 무너뜨릴 수 있다. 종단이 온정주의를 넘어 불법(佛法)과 종법(宗法)에의거 끊임없이 자정하려는노력이 필요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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