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11일부터 16일까지 1주일 간의 일정으로 여수에서 열린 세계불교도우의회(WFB) 한국대회는 중국불교 대표단의 경거망동과 WFB세계본부 측 핵심 관계자들의 대회 도중 출국 등으로 아쉬움도 있었지만, 수확이 아주 없는 것은 아니었다. 특히 6월 13일 개최된 WFB아카데미 포럼은 일부 논문의 질적인 문제와 발제자의 미국 및 한국 편중 등에 대한 내부 지적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실제 토론과정에서는 그 어느 대회보다도 뜨거운 토론이 벌어졌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았다.

‘현대 문화 속의 불교’라는 제목의 논문을 발제한 카르마 렉세 소모 스님은 서양의 불교도들은 불교를 이성주의적으로 접근하고 있으며 따라서 불교란 철학이고 심리학이고, 아니면 참여불교의 예에서 보듯이 사회실천운동으로 보고 있다고 소개했다. 그는 이어 불교의 신앙적 측면 또는 의례적 측면은 서양의 불자들에게 매력적인 요소가 아님을 분명히 해 눈길을 끌었다. 소모 스님은 또 현대사회 속의 불교가 직면하는 도전을, ▲잘 훈련된 좋은 교사(지도자)의 양성 등 교육분야에의 투자 확대 ▲불교가 또 하나의 종교 근본주의로 치우치는 것에 대한 경계 ▲사회적 실천 행동에 대한 요구의 증가 등을 꼽았다.

소모 스님은 결론적으로 현대사회에서의 불교의 미래는 헌신하는 불자들의 손에 달려 있으며, 불자는 생색내기에서 깨어나야 하고, 그들 자신의 이상에 따라 생활하는데 진실되고 견실하게 헌신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불교사상을 통한 동·서양의 소통’이라는 주제로 열린 이번 포럼은 당초 문화와 종교철학 등 포괄적 불교수행 사상의 전파에 대한 시대적 흐름을 조명하고, 효과적인 불교사상의 전파에 대한 방향을 고찰했으며, 국제사회에서의 불교의 역할에 대한 동참의 당위성을 역설한다는 취지로 기획됐다.


일본의 고승 스즈키의 군국주의 미화를 정면으로 비판해 눈길을 끈 브라이언 앙드레 빅토리아 교수. 그 옆에 소머 스님이 보인다.


주제 발표자와 논평자들의 모습. 가운데가 이날 사회를 본 담마라따나 스님이다. 
  

시종일관 진지한 자세로 포럼 발제와 논평을 경청하고 있는 전 세계에서 온 불자들.

이번 포럼에서 가장 주목을 받은 논문은 단연 안티옥 대학교의 브라이언 앙드레 빅토리아 교수가 발표한 ‘현대사회에서의 불교의 영향에 대해 어둠의 장으로부터 배우다-일본제국 장교단을 대상으로 한 스즈키 다이세츠의 연설을 중심으로’였다.

브라이언 교수는 일본의 선, 즉 젠을 세계에 알린 일본불교의 큰 인물인 스즈키의 전쟁참여의 예를 들면서 “스님들이 이렇게 전쟁에 참여했다. 스즈키의 전쟁에 대한 태도, 즉 일본 군국주의에 대한 열정적 지지입장은 과연 이런 일이 좋은 일일까? 불교를 통해 이런 일을 하는 것이 온당한가?”라고 물었다.

브라이언 교수는 스즈키가 일찍이 그의 불교적 신념에 호소하여 러시아 제국과의 전쟁에서 일본의 젊은이들을 죽음으로 내몰도록 부추겼으며, 그것은 한국의 식민지화에 구실을 제공했다고 지적했다.

“일본의 무사들이 아주 선을 열심히 수행했고, 무려 몇 세기 동안 계속한 것이 과연 옳을 것인가? 또한 스즈키가 2차 세계대전 당시 했던 행동이 모든 중생을 위한 것일까?”라고 물은 브라이언 교수는 “나는 스즈키의 행동이 일본 군국주의만을 위한 것이라고 생각하며, 우리는 이런 부끄러운 과거에서 무엇을 배울 수 있을까를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브라이언 교수는 “저는 스즈키의 사상은 국수주의라고 생각한다. 부처님께서 모든 중생을 위해 살아야 한다는 가르침을 저버리고 군국주의를 위해 불교를 한 것이며, 이것은 집착이 라고 본다”고 부연했다. 그는 또 결국 이런 자세는 다른 사람을 해칠 수밖에 없으며, 불교가 아니고 전쟁을 일으키는 죄악일 수밖에 없다고 비판했다.

브라이언 교수는 결론적으로 “국가, 그리고 국가 주도의 폭력에 대한 불교종파의 역사적 관계에 대해 반성해야 한다”며 몇 가지 물음을 던지는 것으로 논문을 끝냈다. 브라이언의 질문들은 “세계의 다른 종교와 마찬가지로 불교도 국가의 폭력 사용에 대한 도덕적 방파제를 제공하기 위한 도구였는가? 불교도 또한 기꺼이 죽이거나 죽으려는 군인들에게 도덕적 방파제를 제공해 왔는가? 혹은 스즈키의 말을 사용한다면, 전장에서 그들을 수동적으로 지탱하기 위하여 도덕적 방파제를 제공해 왔는가? 만약 그렇다면 이것이 우리가 미래에도 계속해 보기를 원하는 불교의 형태인가?” 등이다.

브라이언의 논문은 일본 군국주의에 동조했던 스즈키의 오류에 대한 지적인 동시에 사실상 한국불교사에서 원광법사의 ‘세속오계’에 등장하는 살생유택이나 임전무퇴, 조선중기 임진왜란 당시 서산 사명 등 의승들의 전쟁참여 등에 대해 불교의 근본사상에 비쳐 그런 행위들이 맞는가? 라는 준엄한 질문에 다름 아니었다.

브라이언의 논문이 끝나자 청중석의 일본불교 대표들이 강하게 어필하는 등 한 때 장내가 소란해지기도 했으나 대부분의 청중은 큰 박수로 브라이언 교수에게 격려를 보냈다.

특히 종합토론 시간에서 포럼 사회를 맡은 담마라따나 스님(WFB세계본부 부회장)이 한국의 젊은 스님인 청강 스님의 민감한 질문, 즉 “티베트와 중국의 문제를 WFB는 왜 회피하는가? 세계평화와 화해를 추구하는 WFB가 수백 명에 이르는 불교도들이 죽었거나 죽어가고 있는 티베트의 문제, 중국정부의 탄압문제에 대해 침묵하는 것은 직무유기가 아니냐?”를 ‘질문이 아닌 코멘트’라며 일축하면서 강한 항의가 일어나기도 했다. 그는 예상 밖의 거세 항의에 당황한 듯 두 번째 세션에서 이 문제를 정식 의제로 다루겠다는 입장을 보이기도 했다.

WFB한국대회 집행위원장 진옥 스님의 헌신적 노력으로 대회 준비 및 프로그램은 나무랄 때 없었으나 중국불교 대표단의 지나친 정치적 행보와 중국불교를 의식한 세계본부 핵심관계자들의 성숙지 못한 태도로 오점을 남긴 이번 대회에서 그나마 활발한 토론을 벌인 포럼이 돋보여 다행이라는 것이 대회 참석자들의 반응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