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없는 정진으로 정법의 깃발 높이 올리겠다”
해인총림 해인사 칠보일배 정진 성료…종단 쇄신안 적극 실천 천명

 

2012.06.10  16:01:55      :해인사=홍다영 기자

 

   
해인총림 해인사는 6월10일 300여명의 사부대중이 참석한 가운데 오전8시부터 약 두시간 동안 자성과 쇄신을 위한 칠보일배 참회정진을 봉행했다.  

“끝없는 자기정화와 수행정신으로 승풍의 법도를 세우겠습니다. 해인사는 이 시간 이후 사찰재정을 공개해 투명성을 보이겠습니다.”

최근 종단이 사찰 재정 공개와 공명선거 풍토 정착 등을 앞세운 쇄신 계획을 공식 발표한 가운데, 해인총림 해인사가 오늘(6월10일) 300여명의 사부대중이 참석한 가운데 자성과 쇄신을 위한 칠보일배 정진을 봉행했다.

이날 본격적인 칠보일배에 앞서 해인사승가대학장 해월스님은 대중을 대표해 ‘승가공동체 쇄신을 실천하는 참회문’을 낭독했다.

해월스님은 참회문을 통해 “저희 스스로 부처님 가르침을 바르게 실천하지 못했고, 수행자로서 자기 역할을 다하지 못했다”며 “그 결과 부처님 법의 정신과 계율정신, 수행정신, 전법정신을 상실하고 청정과 화합이란 승가의 가치를 져버리는 죄업을 지었다”고 뉘우쳤다.

이어 “방장 법전 대종사 선도 아래 원로대덕을 모시고 부처님께서 탄생하실 때의 첫 일곱 걸음을 걸으신 깊은 뜻을 새겨 칠보일배의 참회를 올린다”며 “정법과 계법, 선법과 전법의 가치를 바로 세우고자 한다”고 강조했다.

해월스님은 “지금 종단은 뼈를 깎는 승가공동체 쇄신을 추구하고 있다”며 “해인사 사부대중은 승가공동체 쇄신에 기쁜 마음으로 참여하고 부처님 정법의 깃발이 힘차게 휘날리기를 발원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총림대중은 이날 오전7시40분경 룸비니 동산에 집결, 8시부터 약 두 시간 동안 칠보일배 정진을 시작했다. 청정한 계율의 가치를 바로 세우겠다는 뜻에서 주지 선각스님과, 율주 종진스님, 율원장 지효스님이 선봉에 나섰다. 선원에서 정진하는 비구스님들과 강원 학인스님, 삼선암 등에서 온 비구니 스님, 재가자들이 그 뒤를 따랐다. 특히 올해 세납이 88세인 원로 정원스님과 가장 나이가 어린 곽근형(7)군 등이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중앙종회의원 대오, 심우, 경성스님도 참가했다. 출재가자들은 석가모니불을 합송하며 룸비니 동산부터 비림을 지나 일주문에 이르는 1km 구간을 칠보일배 했다.  

이날 주지 선각스님은 회향식에서 인사말을 통해 종단 쇄신 계획에 적극 따르겠다고 천명했다. 주지 선각스님은 “산중 노덕스님을 위시한 모든 사부대중이 그동안 안이하게 살아온 모습을 온 몸으로 참회하고, 쇄신안을 실천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담아 칠보일배를 했다”며 “사부대중이 본연의 모습으로 돌아가 불교 발전의 100년을 앞당기는 계기로 삼자”고 밝혔다.

재가자들도 한 마음으로 흔들림 없는 정진과 쇄신에 동참하겠다고 약속했다.

전완중 해인사수련동문회장은 “일부 스님들의 그릇된 행위로 불자들이 상처받고 승가 전체가 타격을 입었다”며 “이같은 분위기를 종식시키고 부처님 법대로 사는 것이 최선임을 다시 한 번 되새기는 자리였다”고 말했다. 최근 종단이 발표한 쇄신안을 적극지지 한다는 전 회장은 “결국은 돈 때문에 벌어진 일”이라며 “사찰 재정을 공개해 투명성을 확보하겠다는 뜻이 하루 빨리 이뤄졌으면 한다”고 말했다.

김형곤(대구 수성구, 42)씨는 “내부 문제로 가슴이 아프지만 이 기회에 자신의 내면을 다지고, 잘못을 저지른 분들에 대해서는 엄정한 처벌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60여 명의 해인사수련동문회원도 칠보일배 정진을 계기로 끝없는 정진을 약속했다.  

■ 해인총림 해인사 주지 선각스님 인터뷰

“종단 쇄신 계획 구호에 그쳐선 안 될 것”

“‘위법망구’의 정신이 더 이상 구호에 그쳐서는 안 된다. 좋은 제도도 실천하지 않는다면 아무 소용이 없다. 이번 일을 계기로 조직을 더욱 단련하고 의지를 결집해 희망을 만들어야 할 것이다.”

오늘(6월10일) ‘승가공동체 쇄신을 실천하는 칠보일배’ 참회정진을 앞두고 오전6시30분경 만난 해인사 주지 선각스님은 이번 법회의 의미에 대해 이같이 밝혔다. 선각스님은 먼저 종단이 최근 공식 천명한 쇄신 계획을 믿고 따르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종단 쇄신 계획이 나왔는데 조목조목 따져보면 모두 승가가 반성해야 할 내용들이다. 지금 이 안을 부처님 가르침 믿듯이 온 몸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이번 법회를 마련한 것도 이 때문이다. 쇄신에 따른 고통이 뒤따르겠지만, 이를 감내할 용기가 없다면 아무것도 할 수 없다.”

선각스님은 이날 쇄신에 따른 새로운 실천의지의 한 방법으로 ‘칠보일배’를 실시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부처님께서 탄생해 일곱걸음을 걸으셨다는 것은 육도윤회를 뛰어넘었다는 의미다. 부처가 되는 걸음이다. 우리 스스로 걸으며 쇄신을 실천하겠다는 의지를 다지기 위해 산중의 모든 정진 대중이 참여했다. 정진 법회 이후 해인사부터 쇄신 계획을 실천해 나가겠다. 앞으로 해인사의 선거는 개선된 선거제도를 수용해 진행하겠다.”

마지막으로 스님은 계율 정신에 입각해 승가의 청정성을 회복하는데 힘을 모아야 한다고 역설했다.

“지금 종단은 이대로 주저앉아 국민과 종도들에게 실망만 안겨줄 것인가 아니면 발전을 100년 앞당기느냐의 기로에 서있다. 순수하지 않은 양심선언에 더 이상 종단이 흔들리지 않았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