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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이켜 보건데 그간 남과 북 불교당국자들의 진지한 노력과, 그리고 교량역을 해온 기대원스님과 신법타스님 등의 헌신적인 노력에 힘입어 오늘 이러한 뜻깊은 자리가 마련될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단절된 남북 불교교류를 돕기 위해 연초에 결성된 미주한불협에서 이러한 일을 준비하여 자리를 마련할 수 있게 됨은 바야흐로 시절인연이 도래했음이요, 불보살의 가피라 여깁니다.

그러나 오늘 이러한 뜻깊은 자리가 어려운 조국의 여건으로 말미암아 국내에서 열리지 못하고 태평양 건너 미주땅에서 열릴 수 밖에 없는 현실은 우리들 불교인에게 새삼 무거운 책임감을 지지 않을 수 없습니다.

국토가 아무리 표면적으로는 철조망으로 가로막혀 분단되어 있더라도, 도도히 이어진 산맥과 면면히 흐르는 강물과도 같은 민족의 정기는 결코 나눠 놓을수 없는 것입니다.
하물며 분단된 민족을 하나되게 하려는 불교도의 불법에 동서가 어디이며 남북이 어디에 따로 있겠습니까?

불교의 원융-회통 정신으로써 나눠진 민족의 마음을 하나로 맺도록 우리 불교인들이 진지한 노력을 서슴없이 기울일 때라고 생각합니다.  
아무쪼록 이번에 “한민족 불교지도자 연석회의”가 크나큰 성과를 거두어 불교사와 민족사에 전기를 이룰 수 있도록 부처님전에 간절히 기원드리면서 오늘연석회의 환영인사에 가름합니다.
감사합니다. / 1991년 10월 29일
한민족불교지도자 연석회의 환영사(김도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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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가름(대표자회의-환영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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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측)불은의 향기를

조국의 강토에

남북불교대표자회의 기조연설문  
(한국불교종단협의회 회장 서의현스님)

친애하는 조선불교도연맹의 박태호 원장님! 그리고 북한불교를 대표하여 이곳까지 왕림하여 주신 여러분들!  
오늘 우리는 남북한의 불교대표자로서 한자리에 앉았습니다. 분단의 아픈 상처가 조국의 산하를 갈라 놓은지 어언 40여년이 흘러갔습니다. 같은 핏줄, 비슷한 생김새 였으면서도 우리는 서로를 경원시해 왔던 것도 사실입니다. 지척을 사이에 둔 채 오갈수도 없었습니다. 그 당시 강대국들의 이해관계 때문에 우리는 통한의 아픈 세월을 지내야 했던 것입니다.  

그러나 이제 세계의 기류는 변해가고 있습니다. 부처님께서 가르쳐 주신 無常의 섭리는, 이제 더 이상 동과 서의 대립을 지속할 수 없게 하였습니다.

이제 세계는 "힘의 倫理"가 아니라 화해를 바탕으로 하는 새로운 질서세계를 수립해 가고 있습니다. 최근 소련을 비롯한 동구권의 정치적 변혁, 그리고 동서독의 통일 등은 우리들에게 시사해 주는 바가 크다고 봅니다.

핏줄을 나눈 형제, 더구나 부처님의 크신 은혜 안에서 공존하는 이 자리의 우리들에게 무슨 걸림돌이 있을 수 있겠습니까?  우리는 겸허하고 진지하게 남북불교의 교류를 논의해야 합니다. 佛子로서의 동질성을 확인하고, 그 공감대를 확산시킴으로써 통일을 향한 민족적 여망에 부응해야 하리라고 생각합니다.  


(46)

둘째가름(기조연설-남 : 서의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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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전에는 평양에서 남북총리회담이 있었습니다. 비록 만족할만한 성과를 이끌어내지 못했어도 남북의 고위당국자들이 평양과 서울을 오갈수 있다는 점만으로도 큰 진전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또 금년 봄에는 남북한 탁구 단일팀이 세계의 정상에 올라 우리 7천만 민족에게 자부와 긍지를 안겨 주었습니다. 남과 북의 젊은이들이 가슴에 우리 한반도 지도를 새기고 우승대에 서있는 모습은 참으로 대견했습니다.

정치와 스포츠 등 모든 분야에서 이와같은 <만남>이 이루어졌음에도 불구하고 불교의 남북대화가 이렇게 늦어진 점에 대해서 우리는 부끄러운 감정을 지울 길이 없습니다.
그러나 우리 속담에도 "비온 뒤에 땅이 굳는다"는 말이 있지 않습니까? 비록 출발은 늦었지만 가장 원만하고 보람찬 결과가 있을 것을 믿어 의심치 않는 바입니다.

돌이켜 보면 불교는 우리 민족과 그 운명을 함께하여 왔습니다. 4세기 후반 북녘땅에서부터 스며들기 시작한 佛恩의 향기는 1천6백여 성상을 거치면서 山河의 곳곳에 그 위대한 발자취를 남겼습니다.  
때로는 국난극복의 현장에서, 혹은 민족화합의 지렛대로서, 또 어떤 때는 인류양심의 대변자로서 불교는 꿋꿋히 이어져 왔습니다.

실로 불교는 한민족의 주체성 확립과 문화적 자존심을 대변해 온 민족의 종교인 것입니다. 지금 남한에는 불교를 비롯한 여러 종교들이 활발한 선교활동을 벌이고 있습니다. 그러나 여전히 불교는 가장 많은 敎勢를 자랑하고 있습니다.


둘째가름(기조연설-남 : 서의현)

(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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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비록 불교를 내세우지는 않아도 그들 내면의 情緖는 불교적 체취를 지니고 있습니다. 日常의 질곡을 거치면서 불교는 다소 위축되는 듯한 위기를 맞은적도 있습니다.

그러나, 60년대 이후 불교현대화의 기치를 내걸고 활발한 포교활동을 재개하였습니다.
그 결과 출가수행승들의 청정성확립, 재가불자들의 지성화 경향 등이 두드러졌으며, 명실공히 한국 최대의 종교로서 발전해 가고 있습니다.

저는 북한의 불교에 대해서는 많은 것을 알지 못하지만 북한의 절이나 스님들에 대해서는 들은 바가 있습니다.  
또 대장경을 우리말로 번역하는 등 불교학의 연구도 상당한 수준이라고 이해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해인사의 팔만대장경을 우리말로 옮기는 작업을 꾸준히 진행하고 있으며 해마다 5백종이 넘는 불교관계 도서들을 간행하고 있습니다.

학자들의 불교학 연구도 다양해서 불교교리연구, 불교사연구, 비교종교 등의 다방면으로 중요한 논문들이 발표되고 있습니다.  
우리는 오늘 이 자리에서 어떻게 하면 남북의 불교교류를 원만히 추진할 것인가에 대하여 논의해야 하리라고 봅니다.

상호 교환방문을 통한 공동법회 주최라든지, 불교유적지 발굴에 양측이 공동으로 참여하는 방안, 또는 공동의 관심사를 논의하는 세미나 개최 등, 보다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교류논의가 있어야 할 줄 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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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가름(기조연설-남 : 서의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