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이 일고 있다

 

Marina State Beach Park 해변 문학제에서

(2001년 7월28일 김도안 작시, 낭송

바람이 일고 있다
바닷바람이 일고 있다
이곳 서해바다 마리나 비치에서 일고 있다

나뭇잎이 흔들일 때는 저 서울 남산 중턱을 넘나드는 기러기 떼가 날아와
이곳 서해바다에서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짙은 안개가 깔리면 제주 앞 바다에서 뛰놀던 물개들이 헤엄을 쳐
이곳 마리나 비치에서 뛰놀고 있지 아니한가

바다바람 구천을 넘나드는 철새바람,
그들은 여권도 없이 비자도 없이
잘도 넘나든다

오대주 육대양을 넘나드는 백성들
그 얼마나 피맺히고 한 많은 사연을 가지고 오늘 이 자리에 섰는가
배달의 자손들이여

이제 해외 우리 백성 5백5십만이 우리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바람의 길을 타고 넘나드는 우리 배달의 겨레들이여


다섯째가름(바람이 일고 있다)

(2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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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리랑 곡조는 나뭇잎의 흔들림을 따라 음악도 되고 미술도 되고
시와 소설이 되어 바람을 일으키고 있지 아니한가

그러나 보아라 저 바람을 보라
나뭇잎이 흔들일 때는 최선을 다하여 흔들지만
나뭇잎을 떠날 때는 아무 흔적도 남기지 않고 떠나지를 아니한가

우리 빈 마음으로 살자
주는 것 받는 것이 어디 흔적이 있더냐

우주는 황활한 것
또한 오대주 육대양이 모두가 우리들의 터전인 것을
흘러가는 구름 따라 바람의 길을 떠나자

우렁찬 함성으로
내일의 길을 기약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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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4)

다섯째가름(바람이 일고 있다)

 

 



 

 

 

종성, 홍엽시월

 

-도안스님 시편 중에서(서라벌 예대 때 작시)-

<종성>

     적막한 대지에 떨어지는 소리
     아쉬운 선잠에 눈비비는 소리
     들렸다 흐렸다 삭-풍- 넘어로
     악몽의 지름길 일러주네


     창넘어 달빛아 날따라 가자
     황금의 은반이 웃음을 담고
     티없는 밝음이 너를 맞이하리니


     만상의 거울을 닦지 않아도
     너는 그 빛이 더욱 빛을 내여
     어둠이 가신 대지 위에는
     여운만이 충만하구나....


     <도안스님 시편에서>
     1962년3월1일(25세때) 작시

 

 

 

 

 

 


다섯째가름(종성, 홍엽시월)

(2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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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紅葉十月>

      强風에 못 이겨서
      한 떨기 붉은 꽃이 되여
      얼띤 4월을 回想하며
      연 붉은 낯을 붉히시나이까?

      5월의 薰風이 나를 저버리고
      過客의 10월이 덮쳐 앉을때

      싱싱한 나의 全身은
      거센 暴風雨에 빛을 잃고
      紅葉의 微笑로

      당신의 가는 길에 한잎두잎
      걸음을 멈추게 하오리다

     <도안스님 시편에서>
     도안스님-1961년10월20일(24세때) 작시
     貞陵山寺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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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섯째가름(종성, 홍엽시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