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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우리가 부처님오신날 등불을 켠다거나 또 법당에 등불을 밝히는 것은 어두운 방안에 불을 켠 것이나 전광판에 불을 밝히고 가로등에 불을 켜는 것과는 그 목적이 전적으로 다르다고 하겠습니다.

그러면 어떻게 다를까요?
앞서 예를 든 연꽃의 경우처럼, 첫째 등불은 부처님을 상징하고 둘째로는 지혜를 상징하기 때문에 부처님오신날 우리가 등불공양을 올리는 것은 어느 때 전등을 켜는 것과는 의미가 다른 것입니다. 전광판의 불이나 밤무대의 불 가로등의 불은 눈에 보이는 물질적인 등불이고 초파일이나 법당에 켜는 불은 눈에 보이지 않는 정신적인 등불입니다.

왜 등불이 부처님을 상징하느냐?
첫째 부처님은 진리의 등불과 같기 때문입니다.
부처님이 이 세상에 태어나시기 이전의 세상은 마치 캄캄한 밤과도 같았습니다. 진리에 어두워서 이 세상을 절대적으로 주재하는 신이 있어 창조하고 창조한 신은 인간을 비롯하여 모든 것들의 운명을 좌우한다고 믿고 있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부처님은 창조하고 주재하는 신은 따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자신이 설정하고 그 존재를 의식하는데서 비롯되었다고 보고 우주의 생성문제와 인생의 생로병사 문제도 바로 인간 자신이 바른 깨달음을 통하여 해결된다고 보았습니다. 그에 밝게 보는 눈은 어두웠던 인간 세상에 횃불이 되었고 밝은 등불이 되기 시작하였습니다. 그러므로 부처님께서는 이 세상에 오셔서 진리를 깨달아 그런 무지를 깨우쳐 주셨기 때문에 부처님은 곧 진리의 등불로 이 세상에 오신 것입니다.


다섯째가름(2000년대 종교인 자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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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리란 말을 어렵게 생각하는데 진리란 참된 것, 또 쉽게 얘기하면 진짜를 진리라 하는 것입니다. 태양이 지구 주위를 돈다고 하는 것은 진리가 아니고 지구가 태양 주위를 돈다고 해야 진리입니다.

둘째, 왜 등불이 지혜를 상징하느냐?
앞에서 우리도 부처님과 똑같은 마음의 본성, 불성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부처님처럼 되지 못하는 까닭을 욕심 때문이라고 하였는데, 그러면 왜 쓸데없는 욕심을 냅니까?

눈을 감으면 아무것도 볼 수 없듯이 마음을 무엇이 덮고 있어서 진실을 바라보지 못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즉, 마음이 어둡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마음이 어두운 것을 불교용어로는 무명이라고 합니다. 밝음이 없다는 뜻인데 밝은 빛이 없으면 곧 어두운 것이 아닙니까? 그렇다면 이 마음의 어두움을 제거하는 빛이 있어야 하겠지요.
그런데 마음을 밝게 하는 빛은 형광등이나 백열등으로 가능합니까? 만일 가능하다면 전등이 필요 없는 낮에는 사람들이 마음이 밝고 밤이 되어야만 마음이 어두워져야 할 텐데 여러분 가운데 그런 사람이 있습니까?

물론 없지요. 그렇다면 어떤 등불이어야 마음속의 어둠을 몰아내고 부처님과 똑같은 본 마음을 되찾을 수가 있겠습니까? 바로 지혜라는 등불입니다.

지혜는 어리석음을 마음속에서 몰아내는 등불과 같은 역할을 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등불은 지혜를 상징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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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섯째가름(2000년대 종교인 자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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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제가 한 말을 요약 정리하면, 연꽃은 부처님과 우리 마음의 본성을 말하는 것이고 등불은 부처님과 지혜를 상징한다는 것으로 요약하는 것입니다. 처음부터 그렇게 간단히 말하면 될 것을 이처럼 길게 이야기한 까닭은 연꽃이나 등불이 무엇을 상징하느냐가 아니라, 연꽃과 등불을 통해서 우리가 무엇을 배우고 무엇을 해야 할 것인가를 설명하기 위해서 입니다.

이제 종교인은 새로 태어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권위주의나 교파주의 또 다수의 패권주의에 대한 자기중심의 종교가 있는 한, 이 지구촌은 종교로 인하여 세계평화는 보장될 수가 없으며 종교적 화해는 찾을 수 없다 하겠습니다. 그리고 또한 세상이 변하고 또한 인간의 지식이 고도로 발달하여 인간의 능력을 기계와 전자통신으로 대신한다 하여도 인간 심성을 맑혀주지 못한다면 미래의 새 천년이야말로 지나간 20세기보다 더 큰 재앙이 닥치지 않는다고 누가 장담할 수 있겠습니까?

오늘날 우리 종교계는 ‘신앙불신현상’의 기현상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이것은 종교 자체를 부정하는 것인데 참으로 안타까운 현실이라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소외 받고 굶주리고 범죄가 우글거리는 그 생활현장에 서서 진흙 속에서 고고함을 잃지 않고 바른 품성을 발하는 연꽃이 되어주는 종교인이 많아질 때 이 사회는 밝아질 것이며, 자신의 몸을 희생하여 어두운 사바의 현장을 마다하지 않고 끝까지 어두운 그늘을 밝게 비추어주는 등불의 역할을 하는 종교인이 많이 나올 때만이 희망의 새 천년을 기약할 수 있다고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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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까지 부족한 강연을 경청해 주신 것을 감사드리며 본 강연의 내용이 카톨릭 종교계에 누를 끼친 결과는 없었는지 생각하면서 본당 김정웅 신부님과 천주교 여러 신자님들에게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종교를 초월하여 참 종교인으로 언제든지 다시 만나 뵙길 기원 드리며 강연을 끝맺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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