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멀리....

수행자의 길을 걷다

 

<중생이 아프기 때문에 보살도 아프다> / {어리석음과 탐심 때문에 나의 병은 생겼습니다. 모든 중생이 병들었기 나도 병들었습니다. 만약 중생의 병이 없어지면 내 병도 없어질 것입니다.

왜냐하면 보살은 중생을 구하기 위해서만 생사의 세계에 들어가며, 생사가 있는 곳에는 병은 있기 마련이기 때문입니다. 만약 중생이 병을 떠날 수 있다면 보살도 병에 걸리지 않게 될 것입니다.

비유하면 장자에게 외아들이 있어, 그 아들이 병에 걸리게 되면 그 부모도 병들고, 만약 그 아들의 병이 나으면 부모도 또한 낫게 될 것입니다. 보살도 마치 그와 같아서 모든 중생을 자기의 아이처럼 사랑하기 때문에 중생이 병들면 보살도 병들고 중생의 병이 나으면 보살도 낫는 것입니다. 또한 보살의 병은 대비로 인해서 일어나는 것입니다.}


다섯째가름(머나먼 수행 길)

(241)

"생각 자체도 한곳에 머물지 말라"

항시도 잊지않은 귀에 쟁쟁한 가르침

나의 은사 동암 대선사

흔히 출가자를 일러 걸사라고 한다. 걸사란 가진 것이 없어 빌어 생활한다는 뜻이다. 그러나 선비처럼 고고하게 살라는 뜻이 내포된 단어이다.

불교율문에 출가수행자는 아무것도 소유하지 말라는 부처님의 계명이 있다.

나의 은사인 동암선사는 부처님 계명인 [무소유]를 철저히 실천했다. 평소 입고 다니는 옷은 승복, 바지, 저고리 3벌이 전부다.

식사 때 쓰는 발우(밥그릇)한 벌, 매고 다니는 걸망해서 3의 일체로 평생을 살다 1969년에 타계하셨다.

스님은 평북 희천군에서 태어나 17세에 북간도로 가 독립군에 가담, 일본군경과 항일투쟁했던 애국운동가였다.
기미독립운동에 참가한 불교대표 백용성 대선사의 가르침을 받아 출가수행자가 되었다.

그는 전국 유명사찰의 고승대덕을 심방하고 불교의 진수인 일대시교를 백학 명강백으로부터 전수받고 불교교리를 포교하다 마지막에는 불교학문까지 다 버리고 참선수행 납자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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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2)

다섯째가름(생각 자체도 머물지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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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후 심산유곡 암자에 기거하며 참선을 배우러 오는 수행자에게 출가자는 항상 마음을 허공과 같이 비워 두어야 한다고 일러 주셨다.

모든 물질에 마음을 두지 말고 생각 자체도 한곳에 머물지 말라는 그분의 말씀은 아직도 귀에 쟁쟁하다.

그는 일년내내 항상 내의없이 홋 중의적삼만 걸치고 다녔으며 잠잘 때도 입은 그대로 베개도 없이 방석하나만 배위에 올려놓고 자는 수행을 지속했다.

오늘에 사는 우리 수행자는 어떠한가?

출가 입문한지 33년이 되는 나는 소유하지 말라는 근본계명 중 몇 가지를 제외하고는 마음을 끊기가 매우 힘이 든다.

입고다니는 승복만도 10여벌이 되고 취미삼아 모은 불교공예품만도 70여점이 된다.

또한 2천여권의 불교경전을 소장하고 있으며 그 외 잡다한 소유물을 지니고 있다.

생각 자체도 머물지 말라는 그 분의 가르침을 언제나 제대로 실행할 수 있을지.....

<1985년 4월 25일 한국일보 게재- 김도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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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섯째가름(생각 자체도 머물지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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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 머루르는 곳

 

진달래, 개나리가 한창 피어오른 어느 봄의 햇살을 받으며 나는 이런 꿈을 꾸었다.

하늘을 나는 제비가 되어서라도 무변창해를 건너 강남에 가 살겠다고.

눈이 녹아 흐르는 산골에서 봄볕을 듬뿍 받고 생의 기쁨을 노래하는 가지가지의 산새의 소리도 들으며 매화, 수선, 목련, 개나리들과 모란, 작약 그 외 이름 모를 꽃들에 이르기까지 싱그러움의 봄의 춘향을 맛 볼 수 있는 긴 봄이 머물러 있을 그런 곳으로 가 살겠다고 꿈을 꾼 것이다.

바위틈 사이사이로 흐르는 산골짝 실천에서 박 넝쿨 휘어 감긴 초가청 허청에서 앙상한 고목등걸 돌 옷 입은 바위에서 봄은 항상 나의 옷깃을 잡고 같이 살자고 부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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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섯째가름(봄이 머무는 곳)