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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누구하나 통일세를 그만 징수하라고 하지 않습니다. 우리는 통일과정과 통일이후의 독일에서, 한반도의 평화정착과 평화통일의 지혜를 배워야 합니다.

6) 마음을 바꾸는 평화운동  
다른 사람의 눈동자를 바라보면 그 눈동자에 내 모습이 비춰집니다. 다른 사람의 눈동자에 맺힌 내 모습을 ‘눈부처’라 부릅니다. 내 속에 숨어있는 부처가 다른 사람의 눈동자 거울에 비추어지는 것입니다.

그 눈부처를 바라보면서 다른 사람에게 폭력을 가할 수 있는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레비나스는 사랑하는 사람은 다른 사람에게서 신의 모습을 발견한다고 하였습니다. 이슬람인에게도, 미국인에게도, 심지어 부시와 사담 후세인, 럼스펠드와 오사마 빈 라덴에게도 평화를 갈망하고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을 가엽게 여기는 마음, 곧 부처의 마음, 예수님의 마음이 깃들여 있습니다. 내 눈동자에 비친 증오와 불신의 얼굴이 사랑과 평화의 미소로 변화될 수 있도록 따스한 미소와 사랑의 말을 건넵시다.

‘여섯 다리만 건너면 모두 아는 사이다’라는 서양 속담이 있습니다. 한 사람이 평생 동안 대략 3,000명의 사람과 직접적인 관계를 갖고 300여명과 가깝게 지낸다고 합니다.
그러니 한 다리를 건너면 나는 300명을 알고 있으며, 여기서 한 다리를 건너면 내가 아는 300명에 각자 300명씩을 곱하게 되니, 9만명의 사람을 알게되고, 또 한 다리를 건너면, 2,700만명의 사람을 알게 되고, 네 다리를 건너면 81억을 알게 된다고 합니다.


넷째가름(기조강연-최종수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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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여기에 시간과 공간, 사고와 문화의 제약을 상정하지 않은 것이지만,
산술적으로 볼 때 인류는 네 다리만 건너면 모두 친구인 셈입니다.

열 다리도 아니고 네 다리만 건너면 모두 아는 사이인데 조욕나 이데올로기가 다르다고 서로 피가 다르고 생활양식이 다르다고 으르렁거리고 서로 총을 겨눌 수 없을 것입니다.

이라크인의 고통이 부메랑처럼 미국인의 고통으로 되돌아 올 수 있습니다.

미국 군인에게 형제를 학살당한 이라크인이 모든 미국민을 향해 증오와 복수의 절규를 할 때 선량한 미국 국민은 무엇이라 변명할 수 있겠습니까? 

미국 아이들이 자기 부모에게 미군의 화학무기인 열화우라늄탄에 죽어 가는 자기 또래 이라크 아이의 죽음에 대해 묻는다면 어떻게 설명할 수 있겠습니까?

처참하게 죽어가는 이라크 아이들이 테러를 할지 모르는 나라에 살기 때문이라고 말할 수 있겠습니까?

바이오스피어2(BiosphereⅡ) 프로젝트를 통해 현미경으로나 보이는 하찮은 박테리아가 지구 전체 대기와 생명체의 균형에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발견했습니다.

이렇게 세계가 인연의 세포로 겹겹이 연결되어 있는데 홀로 존재한다 할 수 없을 것입니다.
나는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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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째가름(기조강연-최종수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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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당신이 있어서 나 또한 존재합니다. 이슬람인이 있어서 백인이 있고 백인이 있어서 이슬람인이 있습니다. 백인에게도 이슬람인다움이 있고 이슬람인에게도 백인다움이 있습니다.

<성경>의 가르침이 사랑과 평화이듯이 <코란>의 가르침도 사랑과 평화입니다. 우리는 홀로 살아가는 존재들이 아니라 더불어 살아야 할 존재들입니다. 인연의 사슬이 깊어 수천 억년 가운데 같은 시대에 수 조 개의 별 가운데 같은 별에 살아가고 있는 것입니다. 같은 시대에 같은 별에서 얼굴을 맞대고 있는 그 자체가 ‘기적’입니다. 이런 너와 나, 그리고 우리는 얼마나 소중한 존재들입니까?

아직 늦지 않았습니다. 진정으로 테러를 종식하고 미국 국민이 편안하게 중동의 고대문명 유적지를 활보하고 미국 국민과 이라크인이 서로 웃으면서 축구를 할 수 있는 길이 있습니다.
테러를 막는 근본적인 길은 이라크에 폭탄 대신 구호식량을 떨어뜨리는 것입니다. 만약 이런 일이 벌어진다면 이라크인의 마음속에 있는 부처들이 살아나서 잠재적인 후세인과 테러리스트들까지 쓸어버릴 것입니다.

유엔개발계획(UNDP)에 따르면 300억 달러면 지구상의 모든 가난한 사람들이 농사를 짓고 충분한 영양을 섭취하며 기초 건강관리를 하며 교육을 받는 등 인간적인 존엄성을 유지하며 삶을 영위할 수 있는 영구 시스템을 만들 수 있다고 합니다. 더도 덜도 말고 300억 달러면 전 인류가 기아에서 벗어나는데 그 서른 배에 달하는 9,000억 달러의 폭탄을 이라크에 퍼붓는 것이 얼마나 야만적인 학살입니까?


넷째가름(기조강연-최종수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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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전쟁을, 학살을 중지시켜야 합니다. 아직 시간은 남아 있습니다. 평화와 공존의 21세기를 피와 살육의 광란으로 몰고 가는 야만적인 세력에 맞서야 합니다.

정신병자가 총을 난사하여 무고한 사람들을 죽이고 있다면 사람들을 살리는 길은 기도를 하는 것이 아니라 그 정신병자에게서 총을 빼앗는 것입니다.

부시정권과 언론에 조작 당한 미국민은 지금 이성을 잃고 70% 넘는 사람들이 전쟁을 지지하고 있습니다. 그들이 이성을 되찾도록 해야 합니다.

미국이 도덕적 권위와 민주주의와 인류의 보편적 가치를 회복하도록 우리는 도와야 합니다.

그들의 가슴에 악과 증오가 더 채워지기 전에 그들의 마음을 사랑과 평화의 물결로 바꾸어야 합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동원하여 평화의 메시지를 전합시다.

상대방의 마음속에 잠자고 있는 사랑과 평화의 마음을 일깨웁시다.

이것이 애국심과 증오의 광기에서 미국 시민을 구하는 길이고 인류를 살리는 길입니다.

7) 매순간 기도하고 실천하기
각자 종교방식대로 이라크 전쟁이 하루속히 중단될 수 있도록 매순간 기도해야 합니다. 매주 한 끼니를 단식하거나 절식하여 이를 구호 기금으로 보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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