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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남북한 지도자들과 국민들이 강력하게 원하지 않고 있다는 것입니다. 특히 미군이 철수하면 곧 북한이 쳐들어와서 남한이 공산화 된다고 우려하는 냉전시기의 인식이 남한에 아직도 남아 있기 때문입니다.

4) 영세 중립화
중국, 소련, 미국, 일본의 열강에 둘러싸인 한반도의 평화는 힘의 균형을 유지하는 길 뿐입니다. 남북한이 통일이 된다고 하더라도 우리의 국력은 주변 열강에 비해 월등히 약합니다. 우리가 정치, 경제, 군사력으로 4대 강국을 능가할 수는 없습니다.

그렇다면 남북이 한반도 평화정착을 위해 선택할 수 있는 길은 한반도를 그 어떤 열강도 간섭할 수 없는 영세중립국화를 추진하는 길 밖에 없습니다. 영세중립국을 추진하려면 먼저 미군이 철수되어야 합니다.

하지만 미국은 쉽게 미군을 철수하지 않을 것입니다. 한반도는 중국과 소련은 물론 일본까지도 세력을 견제할 수 있는 군사요충지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남북한이 자주적인 상호교류협력을 통해 미국정부의 정책도 바꿀 수 있습니다.
미국은 여러 차례 미군을 철수하고 한반도를 중립국으로 만들 계획을 세웠습니다. 가깝게는 카터 대통령이 미군을 철수하고 남한을 영세중립국화 하려는 계획을 고려한 바 있습니다.

한반도가 스위스 같은 영세중립국화가 추진되면 우리는 더 부강한 나라를 만들 수 있습니다.


넷째가름(기조강연-최종수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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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립국은 군대가 없고 다만 민방위만 존재하기 때문에 국방비를 엄청나게 절감할 수 있습니다.

이 국방비를 국민복지와 산업시설에 투자한다면 세계 5위의 경제부국이 되는 것은 시간문제일 것입니다.

5) 지속적인 대북 햇볕정책
우리 민족은 세계에서 유일하게 분단된 민족입니다. 우리는 미국에 의해 같은 시기에 분단된 독일의 통일에서 평화통일의 지혜를 배워야 합니다.

독일은 무조건 동독에 퍼주었습니다. 그러나 독일 국민들은 이에 아무런 시비나 비난을 하지 않았습니다.

독일의 라인강의 기적은 바로 이러한 민족성 때문이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어떻습니까? 김대중 대통령이 남북정상회담 직전 평화통일을 위한 햇볕정책의 일환으로 2억 달러를 북한에 지원한 것에 대해 통치권자의 초 실정법적 통치행위였으니 양해해 달라는 해명까지 했습니다.

6공 시절 노태우 대통령은 러시아와의 수교를 위해 30억 달러의 차관을 제공했습니다.
지금까지 러시아제 무기대금으로 까고 있지만 통치권자의 초 실정법적 통치행위로 인정했고 러시아 수교로 이익도 적지 않게 보고 있습니다.

독일 통일의 영웅 빌리 브란트 총리의 동방정책에 독일 야당은 물론 범국민적 지지를 보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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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째가름(기조강연-최종수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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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독과의 화해와 포용자금으로 주는 돈을 까발리라고 다그치지 않았습니다. 독일정부가 제공한 500억 달러보다 두 배가 많은 돈이 민간자금으로 동독에 지원되었습니다. 물론 거저 주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도로 건설비, 입국 허가료, 심지어 돈을 주고 싶은데 조건을 걸기가 만만치 않아 방문 환영비를 주는 등 명목이 너무도 다양했습니다. 어떻게 하면 동독에 돈을 더 줄 수 없을까 명목을 찾기에 혈안이 된 것처럼 지원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어떻습니까? 북한 주민들이 식량이 없어 굶어 죽어가는 데도 고작 2억 달러만 지원했습니다. 한해 남한이 음식 쓰레기가 9조원에 달합니다. 이 음식만이라도 북한에 지원했다면 지금의 식량 위기를 극복할 수 있었을 것입니다.

그런데 더 기가 막히는 것은 정확한 근거도 없이 2억 달러의 지원금 일부가 군비로 전용되었다며 한나라당과 조, 중, 동으로 대변되는 보수 세력들이 벌떼처럼 특검제를 부르짖고 있습니다.

이러한 보수 세력들에 의해 노벨 평화상을 돈으로 샀다는 터무니없는 주장 때문에 나라 망신을 당하고 있습니다.

북한은 더디지만 변화하고 있습니다. 중국의 변화가 하루아침에 일어난 것이 아닙니다. 20년의 세월이 필요했고 아직도 변화하고 있습니다. 북한 역시 중국처럼 개방을 통한 변화를 위해 몸부림치고 있습니다.
북한의 개방을 남한정부가 적극 지원해야 합니다. 동남아시아와 중국에 진출한 기업들을 북한에 유치해야 합니다.


넷째가름(기조강연-최종수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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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변화는 바로 자본의 힘 때문입니다. 북한에는 중국과 동남아 보다 값싸고 숙련된 노동력이 있고 통일이 되면 북한에 진출한 기업들이 더욱 크게 성장 발전할 수 있을 것입니다. 지금 북한에 엘칸토와 봉제공장, 현대 계열 기업들이 이미 들어가 있습니다.

북 핵 위기는 남한의 쥐꼬리만한 대북지원 때문에 일어난 위기일 수도 있습니다. 남한은 지금 원자력 발전소가 계속 건설되고 있고 겨울철에는 아파트에서 반소매를 입고 여름철에는 긴소매를 입을 만큼 전력을 과소비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남한의 여유 있는 전기를 북한에 공급했다면 지금의 북핵 위기도 일어나지 않았을 것입니다.

전력이 부족해서 가정의 난방은 물론, 공장과 산업시설을 가동할 수 없어 더 심각한 경제위기를 당하고 있습니다.

북한은 미국의 일방적인 중유 공급 중단으로 부족한 전기를 확보하기 위해 영변의 핵시설을 다시 가동했습니다. 지금이라도 남한 정부가 영변에서 생산한 정도의 전력을 북한에 공급한다면 북핵의 위기는 하루아침에 해결될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이 또한 미국의 동의를 받아야 하는 참으로 기막힌 문제를 안고 있습니다. 휴전선을 통과해야 하는데 이를 관리하는 것이 미군사령부 이기 때문입니다.

한반도의 평화정착은 남한 정부가 얼마나 북한을 지원하고 개방하느냐에 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입니다.
동독과 서독이 연합군에 의해 분할 점령당한 뒤로 라인강의 기적을 창조한 서독 국민들은 통일세를 원천 납세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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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째가름(기조강연-최종수 신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