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재고무기를 정리하고 새로운 무기를 실험하면서 미국의 매파들과 유착관계에 있는 군산복합체를 살찌우기 위한 고도의 술책입니다. 공포를 더욱 조장해 미국민 다수가 이성을 잃어야만 재선에서 당선될 수 있다고 판단한 부시는 수백만을 죽이고 미국과 전 세계를 경제위기로 내모는 대 학살극을 단행하고 있는 것입니다.

91년 걸프전 이후 미국의 경제봉쇄로 죽은 이라크인만 170 만 명입니다. 이번 전쟁으로 수십만 명에서 수백만이 또 죽을 것입니다. 그들 대부분은 연약한 어린이와 여성일 것입니다. 인류의 찬란한 문화유산인 메소포타미아, 수메르 문명과 앗시리아, 페르시아, 사라센 제국의 유적들 상당수가 지구상에서 완전히 사라질 것입니다. 어머니의 젖줄, 티그리스와 유프라테스 강이 품고 있는 중동 최대의 생태계가 철저히 파괴될 것입니다.    
이런 부시의 횡포 앞에서 한반도의 평화정착을 위한 종교인의 역할이 가능하다고 봅니까? 저는 아니라고 봅니다.

미국의 동의 없이 한반도의 그 어떤 평화도 보장받을 수 없습니다. 제눈의 들보는 보지 못하면서 남의 눈의 티를 탓할 수 없습니다.초깡패국가의 두목인 부시가 다른 나라를 깡패국가로 규정할 수 없습니다. 이유야 어떻든 초깡패 정부인 부시정권에 의해 깡패국가로 낙인찍힌 북한은 언제든지 미국의 선제공격을 당할 수 있습니다. 커밍스 교수는 이라크 전쟁이 빨리 끝나면 끝날수록 이미 계획된 미국의 대 북한 선제공격이 더 성급하게 닥쳐올 것이라고 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한반도의 평화정착을 위한 종교인의 역할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넷째가름(기조강연-최종수 신부)

(197)

*

 

위싱턴, 뉴욕, LA, 시애틀 등의 미국 대도시에서 심지어 초등학생과 유치원 아이들까지도 반전시위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토론토, 오타와, 런던, 시드니, 파리, 베를린, 서울, 동경 등 세계 모든 수도에서 반전시위를 벌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전쟁을 시작했고 전쟁을 중단하지 않고 있습니다.

정치, 경제, 군사 모든 영역에서 초강대국으로서 제국주의의 길을 가고 있는 부시정부의 동의 없이 한반도에 평화를 정착시킬 수 있는 방법이 없겠습니까?

한반도의 평화정착을 위해 먼저 정확한 정보를 알아야 합니다. 올바른 현대사를 알아야 하고 북핵사태의 진실을 알아야 합니다. 우리는 CNN과 뉴욕타임지 등 미국언론이 지껄이는 일방적인 정보를 탐식하고 있습니다. 미디어를 동원한 의도적인 전쟁계획 시나리오에 의해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CNN뉴스가 모두 진실인 것처럼 세뇌를 당하고 있습니다. 특히 CNN은 미국의 입장, 더 정확하게 말하면 유태인들의 이익을 대변하는 기관방송에 불과합니다.

어느 모임에 갔습니다. 전쟁으로 인해 죽어갈 이라크의 무고한 어린이와 부녀자들, 민중들을 생각하니 참으로 우울해서 모임 내내 침묵했습니다.

모임이 끝나고 작별인사를 하는데 무슨 일 있느냐고 물었습니다. 아무 일 없다고 말을 받자, 옆에 있는 형제님이 “미국의 이라크 폭격 때문이지요!” 라고 제 대신 대답을 했습니다. 그런데 그 다음 두 형제님이 이렇게 말했습니다. 후세인을 제거하지 않으면 화학무기로 500만 명이 죽을지, 1,000만 명이 살상될지 모른다는 것이었습니다.


(198)

넷째가름(기조강연-최종수 신부)

 

 



 

 

 

*

 

회갑이 넘은 분이라 그러려니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그 다음 사십대 형제님이 사담 후세인에게 무장 해제할 수 있는 시간을 10년 이상 주었다는 CNN의 미국입장만을 앵무새처럼 되뇌는 것이었습니다.

나이 지긋한 형제님과 단 둘이 남았을 때 형제님이 이렇게 말했습니다. “흰둥이가 그런 말을 해도 열 받는데, 노란둥이가 그런 말을 하다니 어처구니가 없구먼. 개만 때려도 벌금을 부과하는 국내법을 가진 나라가 어떻게 국제법을 어기고 전쟁을 한다는 것이야! 지금까지 핵을 사용한 나라는 미국뿐이고, 미국이 보유한 핵과 화학무기, 최첨단 폭격기와 살상무기들이 세계 모든 나라들의 것을 합친 것보다 많은데, 왜 유엔에서 미국을 무기사찰 안하는 거야. 더욱이 이라크 다음 목표는 북한인데, 한반도 전쟁을 찬성한다는 거야 뭐야!”

그렇습니다. 한반도의 평화정착은 다른 민족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민족문제입니다. 그 어떤 나라도 어떤 민족도 우리 민족문제를 해결할 수 없습니다.

우리 민족문제는 우리가 풀어야 합니다. 한반도의 평화정착을 위해 먼저 ‘이라크 전쟁 중단’을 강력하게 촉구해야 합니다. 왜냐하면 이리크 전쟁을 승리한 부시정부는 다음 공격 목표를 북한으로 정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 종교인들은 기도의 힘을 믿습니다. 그러나 진정한 기도는 행동이 따르는 기도입니다. 기독교 국가인 미국에서 구교와 신교의 성직자 과반수 이상이 반전집회에 참여해서 전쟁반대를 외쳤다면 지금 이라크 전쟁도 일어나지 않았을 것입니다.


넷째가름(기조강연-최종수 신부)

(199)

*

 

우리 종교인들이 평화를 위해 기도는 했으나 전쟁반대를 위해 적시에 행동하지 않아 전쟁을 막지 못했습니다.

더욱이 한반도의 평화정착은 우리 민족의 사활이 걸린 문제입니다.
제가 토론토에서 이라크 반전집회에 여러 차례 참석했지만 우리 동포들 외에 북한선제공격 반대나 한반도 평화를 외치는 피켓을 찾지 못했습니다.

우리가 북한 선제공격 반대를 외치지 않는데 누가 외치겠습니까? 유령들이 일어나 외치겠습니까? 야고보 사도의 말씀대로 행동이 따르지 않는 믿음은 죽은 믿음(야고 2,17)이라는 것을 상기 시키면서 이라크 반전집회에 모든 종교인들이 연대하여 정쟁이 없는 평화로운 세상을 외쳐야 합니다.

이러한 측면에서 한 가지 제안을 하고 싶습니다. 종교 지도자들이 중심이 되어 ‘한반도 평화정착을 위한 종교인들의 역할’과 같은 심포지엄을 개최하는 것은 참으로 필요합니다.
그러나 심포지엄의 도출이나 결론들을 실천할 수 있는 가칭 ‘한반도 평화정착을 위한 종교인 협의회’ 같은 협의체가 결성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종교인 협의회가 이미 존재하고 있다면 한반도 평화를 위한 구체적인 사업들을 전개해야 할 것입니다.

효순이 미선이 두 여중생의 억울한 죽음을 해결하기 위해 지금껏 매일 촛불을 켜고 있지만 아무 것도 해결되지 않았습니다. 서울 시청 앞 광장에서 10만 명이 모여 촛불시위를 했지만 부시대통령은 아직도 공식사과 한 마디 없습니다.


(200)

넷째가름(기조강연-최종수 신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