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평화정착을 위한 종교인 역할

기조 강연(최종수 신부)

최종수 신부: 캐나다 피터부르그 한인성당

나는 혈육을 같이하는 내 동족을 위해서라면 나 자신이 저주를 받아 그리스도에게서 떨어져 나갈지라도 조금도 한이 없겠습니다.(로마9:3)

모든 종교, 지금 우리시대의 화두는 무엇입니까? 기독교와 이슬람교의 사랑, 불교의 자비, 유교의 인 등 모든 종교는 평화를 지향합니다. 하느님께서 부처님께서 전쟁을 원하십니까? 평화를 원하십니까?

유대인들이 무서워서 어떤 집에 모여 문을 닫아걸고 있는 제자들 한가운데 서시며
“너희에게 평화가 있기를!” 인사하시고, 당신의 손과 옆구리를 보여주시고 다시 “너희에게 평화가 있기를! 내 아버지께서 나를 보내 주신 것처럼 나도 너희를 보낸다.”

다시 여드레 뒤에 문이 다 잠겨 있었는데도 제자들 한가운데 서시며 “너희에게 평화가 있기를!” (요한 20:19-26) 인사를 나누십니다.

로마제국의 식민지 하에 있던 이스라엘 민족과 인류에 대한 평화가 얼마나 간절하셨으면 부활하신 예수님께서 세 번씩이나 평화의 인사를 하셨을까요?

“너희는 그저 ‘예’ 할 것은 ‘예’ 하고 ‘아니오’ 할 것은 ‘아니오’ 라고만 하여라.” (마태 5:37) 하신 말씀이 그 어느 때보다도 우리 가슴 깊숙이 박히는 것은 왜 그렇습니까?


넷째가름(기조강연-최종수 신부)

(181)

*

 

1. 한반도와 미국
아- 아 산이 막혀 못 오시나요.
아- 아 물이 막혀 못 오시나요.
다 같은 고향땅을 가고 오건만
남북이 가로막혀 원한 천리 길
꿈마다 너를 찾아 꿈마다 너를 찾아 삼팔선을 헤맨다.
아- 아- 어느 때나 오시려나요.
아- 아- 어는 세월 오시려나요.
삼팔선 세 글자를 누가 지어서
이다지 고개마다 눈물이더냐.
손 모아 비나이다. 목 놓아 비나이다. 삼팔선아 가거라.

박정희 5.16군사 쿠데타이후 금지곡이 되었던 ‘가거라 삼팔선’ 남인수 노래입니다. 현대사의 비극인 삼팔선이 왜 생겼고, 이 노래가 왜 금지곡이 되었고, 삼팔선이 왜 없어지지 않는지를 정확하고 바르게 이해할 때 한반도의 평화정착을 위한 모색이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한반도 평화정착을 위한 종교인의 역할은 물론, 그동안 시민사회단체의 역할에 대해서도 수없이 많은 포럼과 연구발표들이 있었습니다. 그 포럼이나 연구발표가 없어서 한반도의 평화가 정착되지 않는 것은 아닐 것입니다. 한반도 평화정착은 미국의 한반도정책에 달려 있습니다.

한반도의 현대사를 좌지우지한 미 제국주의의 역사를 올바로 인식하지않는 한 한반도의 평화정착문제를 논의하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저는 초등학교 때 북한동포들은 머리에 뿔이난 줄 알았습니다. 미국은 은혜로운 나라라고 고등학교 때까지 세뇌교육을 받았습니다.


(182)

넷째가름(기조강연-최종수 신부)

 

 



 

 

 

*

 

신학교에 가서 한국현대사를 공부하면서 친일과 친미주의자들에 의해 왜곡된 역사를 새롭게 인식하게 되었습니다. 이는 역대 친미군사정권하에서 역사를 바르게 배울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역사를 올바로 인식할 때 역사를 바로 세울 수 있고 한반도의 평화정착도 가능할 것입니다.

일제가 한반도를 36년간 강점할 수 있었던 것은 카스라 테프트 밀약<The Katsura-Taft Agreement> 사건에서 미국이 필리핀을 점령하고 한반도는 일본에게 넘겨주었기 때문입니다.
미국은 일본으로 하여금 중국, 러시아로부터의 남진 세력을 막아내고 한반도에서의 미국 기독교의 자유로운 선교활동을 보장받는 것으로 실리를 취하였습니다.

한반도 문제 전문가인 브루스 커밍스 교수의 증언에 의하면 1945년 8월 10일 밤 12시경에 미 국방부에서 30분 안에 한반도 분단계획을 마련하라는 지시를 내렸습니다.

이 때 지시를 받은 본스틸(Bonesteel)대령과 딘 러스크(Dean Rusk)소령이 불과 20분 이내에 38선을 분계선으로 하는 미.소의 남북 점령안을 건의, 한반도를 두 동강으로 분단시키고 말았습니다. 커밍스 교수가 언급했듯이 자정이 넘은 밤늦은 시간에 젊은 장교들이 술에 취해있었는지 모르지만, 해방도 되기 전에 한반도의 운명을 단지 젊은 두 영관급 장교가 20분도 채 안 되는 시간에 결정해 버린 어처구니없는 만행을 저질렀던 것입니다. 커밍스 교수는 이것보다 더 큰 과오가 있을 수 없다고 역설했습니다. 분단이 불가피 했다면 패전국인 일본을 분단시켰어야지 한반도를 분단시킨 것은 사상 최대의 과오이며 불의라고 했습니다..


넷째가름(기조강연-최종수 신부)

(183)

*

 

지난 반세기 동안 말이나 글로 표현하기 어려운 처절한 우리 민족의 불행한 씨앗이 이렇게 뿌리내리게 되었습니다.

1945년 일제에서 해방이 되었으나 일장기가 내려가고 성조기가 올라갔을 뿐입니다. 남과 북이 하나가 되어야 한다는 민족주의자인 김구 선생님을 안두희가 암살했습니다. 남북의 영구적인 분단을 원한 미국은 이승만을 꼭두각시 대통령으로 만들어야 하는데 지지세력이 없었습니다.

미군정은 일제의 총독체제를 그대로 이어받아 군정을 실시하려 했고 미군정 한인요원 90%가 경험자라는 이유만으로 일제 총독부 관리들로 재임용 되었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친일에 가담한 고위공직자들과 경찰들의 70~80%를 다시 공직에 채용했습니다.
친일은 호떡을 뒤집듯이 친미로 바뀌었습니다. 친일파들에게는 미국이 최고의 은인이었습니다.

숙청당하지 않고 권력의 요직과 공직에서 떵떵거리게 되었으니 죽도록 미국에 충성하게 되었습니다. 이들은 친일청산과 민족통일을 주장하는 진보세력은 물론 독립운동 가담자들과 독립투사들까지도 좌익과 빨갱이로 몰아 철저하게 미국의 꼭두각시가 되었습니다.

이승만의 비호아래 친일청산을 위한 반민특위사무실을 무장경찰들이 기습하여 강제연행, 무자비한 고문으로 적반하장의 숙청을 당했습니다. 이러한 만행은 과거 친일행적의 치부를 감추기 위한 자기방어이었고, 출세라면 물불을 가리지 않고 징병, 징용, 정신대마저 앞장서서 일제에 충성했던 반민족적인 자기변신에 불과한 것입니다.


(184)

넷째가름(기조강연-최종수 신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