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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군의 점령 후 우리나라가 통일정부를 수립하는데 실패한 것은 그리 놀라운 일은 아니었습니다.

그것은 38도선의 분할은 미국이 해양세력으로서 일본을 대체하여 소련의 한반도 지배에 대항한 전통적인 세력 균형 정책의 재현에 불과한 것이라고 보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양 대국은 분단 후 재통일을 위하여 미소 공동위원회를 소집하여 노력했으나 성공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게다가 당시 우리 내부의 정치 분열, 즉 내부 정치인들이 외세를 이용하여 득세하려는 야심 때문에 재통일 되기는 어렵게 되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러한 맥락에서 남북한의 단독정부의 수립은, 그들이 주장하는 주권 독립국이라는 정통성을 주장하면서, 그 특징을 그 나라의 안전보장 즉, 국익을 위해서는 어떠한 외국의 지배나 간섭을 받지 않고 독자적으로 무엇이든지 할 수 있다는 주권 논리가 성립 되기도 합니다.

또한 그 나라의 영토를 지키기 위해서는 전쟁도 할 수 있으며 평화 협정도 맺을 수 있으며 그 나라의 이익이 되지 못할 경우 폐기할 수도 있다고 하는 주권국가의 주목적을 그의 존속에 두고 있는 것입니다.

그런고로, 전 한민족의 번영 생존보다는 (自國, 大韓民國, 人民共和國) 개개의 번영 생존이 먼저 우선 된다고 보는 것입니다.

이러한 이론적 토대 위에 통일 논의는 더 이상 전개할 수 없다고 보는 것이 본인의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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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한민족의 통일방안
그렇다면 우리 민족이 하나 되고 통일의 실현이 가능한 것은 어떤 형태의 통일안이 되겠는가 하는 것입니다.

그 중에서도 가장 알맞고 가능성이 많은 통일 처방은 ‘중도이념 하에 입각한 중립화 통일방안’이라고 생각됩니다.

먼저 중립화란 용어의 설명이 필요한데, 그것은 여태껏 이해보다는 오해와 왜곡에 덮여져온 개념이기 때문입니다.

특히 냉전 전승기에는 이 개념이 용공주의, 친북주의적 사상이라고 까지도 비난받은 적이 있습니다.

이 외에도 수많은 악평이 된 개념이 있는 몇 개의 예를 든다면 좌우파 간에 회색분자, 이리 붙고 저리 붙는 기회주의자, 의리가 없는 배신자, 주관과 줏대가 없는 자, 사꾸라 인간 등으로 악평을 모질게 합니다.

아직도 그렇게 보는 시각이 있을 줄 압니다.

우선 중립화는 중간화가 아니라는 것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중도(中道), 중정(中正)의 참뜻은 불교 교리의 핵심인 어느 쪽에 치우치지 않는 중정의 도, 그리고 대립된 견해를 극복하여 악은 선으로, 모순을 조화로, 분쟁을 평화로, 대립을 협조로, 무지를 지혜로 지향하여 승화시키는 창조성을 가진 것이라 할 것입니다.

오늘날 통일의 극복은 내 것만이 옳다고 하는 그러한 논리보다는 나와 이웃 그리고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그러한 체제, 그러한 견해를 확산하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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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질게 불어 닥치는 자본민주주의의 폐악 속에서, 또는 국가경제가 바닥으로 치달아 민생의 고통이 더 갈 수 없는 극한적인 상태에 빠져있는 속에서는 민족의 번영은 기약할 수 가 없습니다.

우리 민족이 살아남을 수 있는 최대의 공약수를 찾아야만 합니다. 그것은 우리 스스로가 다짐하고 결정하여야 할 민족의 결단입니다.
오늘 우리는 21세기를 맞이하여 결단의 용기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 결단에 앞서 현실 상황을 바르게 파악하고 민족 전체가 하나가 될 수 있도록 남북한 정치지도자의 격의 없는 대화정치가 복원되어야만 합니다.

또한 단계적인 평화구축과 경제협력을 통한 민생복지를 위해서 정전협정을 폐기하고 평화협정 체제로 전환하여야 할 것입니다. 먼저 남과 북이 화해 협력을 통한 협력 체제를 구축하고 자주, 평화, 민족의 대 단결의 기치 아래, 남북 공히 합의된 협정을 성실히 수행하면서 민족자본 축적과 통일의 준비를 위한 작업을 계속 추진하여야 할 것입니다. 또한 이념과 사상을 뛰어넘어 소모적인 군사 경쟁을 중지하고 대화에 의한 민족이 우선되어야 한다는 논리로 끌어가자는 것입니다.

이제 세계는 한 지붕 안으로 들어서고 있습니다. 세계에 흩어져 살고 있는 우리 배달의 자손들은 한반도의 평화구축과 안정된 민족통일을 위해서는 상주국에 있으면서 한반도 정책에 직간접으로 그 영향력을 발휘하여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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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세계 여러 나라가 간섭할 수 없고 주변 강대국이 지배하지 못하도록 우리의 주권을 우리 스스로가 행사할 수 있는 자유민족국가를 만들어가야 할 것입니다.

바로 우리들이 실천하여야 할 내적 조치와 과제는 21세기를 맞은 2000년대에 가서 기필코 통일조국이 건설되기를 기대하는 것입니다.
할애된 시간동안 경청해 주신 것 감사드립니다.

<참고문헌자료>
* 아태 통일연감 : 1995년 간행, 아태평화출판사
* 원효사상(화쟁논을 중심으로) : 한반도통일연구회 4차대회 주제논문
* 황인관 교수(미 브레들리대학 정치학 교수) : 한반도 중립화통일은 가능한가?
(제6회 재북미 한국인정치학회 학술대회발표논문 : 1985년 8월 5일 ~ 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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