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불교대표자회의 기조연설문 (한국불교종단협의회 회장 서의현스님)
친애하는 조선불교도연맹의 박태호 원장님! 그리고 북한불교를 대표하여 이곳까지 왕림하여 주신 여러분들! 오늘 우리는 남북한의 불교대표자로서 한자리에 앉았습니다. 분단의 아픈 상처가 조국의 산하를 갈라 놓은지 어언 40여년이 흘러갔습니다. 같은 핏줄, 비슷한
생김새 였으면서도 우리는 서로를 경원시해 왔던 것도 사실입니다. 지척을 사이에 둔 채 오갈수도 없었습니다. 그 당시 강대국들의 이해관계 때문에 우리는 통한의 아픈 세월을 지내야 했던 것입니다.
그러나 이제 세계의 기류는 변해가고 있습니다. 부처님께서 가르쳐 주신 無常의 섭리는, 이제 더 이상 동과 서의 대립을 지속할 수 없게 하였습니다.
이제 세계는 "힘의 倫理"가 아니라 화해를 바탕으로 하는 새로운 질서세계를 수립해 가고 있습니다. 최근 소련을 비롯한 동구권의 정치적 변혁,
그리고
동서독의 통일 등은 우리들에게 시사해 주는 바가 크다고 봅니다.
핏줄을 나눈 형제, 더구나 부처님의 크신 은혜 안에서 공존하는 이 자리의 우리들에게 무슨 걸림돌이 있을 수 있겠습니까? 우리는 겸허하고 진지하게 남북불교의 교류를 논의해야 합니다. 佛子로서의 동질성을 확인하고, 그 공감대를 확산시킴으로써 통일을 향한 민족적 여망에 부응해야 하리라고 생각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