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년 전, 대한민국 국민 10명 중 4명만이 통일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는 여론조사를 보고 혀를 찼던 기억이 있습니다. 하긴 “우리의 소원은 통일, 꿈에도 소원은 통일”을 아무런 거부감 없이 부르며 자란 필자의 통일관 역시 희미해져 감을 감안하면 현 세태를 탓할 일만도 아닌 것 같습니다.
도안 스님은 ‘통일’이란 단어를 떼어 놓고는 상상조차 할 수 없을 만큼 일생을 통일 운동에 헌신하셨습니다. ‘도안 스님 정도의 법력과 인품이면 얼마든지 고상하게 스님 생활을 할 수 있었을 텐데, 굳이 오해와 따가운 시선을 감수하면서까지 정치적으로 민감한 통일운동에 매진하셨을까?’ 하는 우리들의 질문에 이 책은 충분한 답을 제시해 줍니다.
원불교 경전에, 세계평화의 기점은 각자의 화하는 마음에서 시작한다는 말씀이 있습니다. 표면적으로는 통일 운동이었지만, 저변에 깔린 ‘개인의 화합을
통한 평화로운 공동체’에 대한 스님의 염원은 궁극적으로는 부처님의 지혜와 자비가 충만한 세계평화가 아니었을까 짐작해 봅니다.
모르는 사람은 ‘스님이 수행이나 하시지 웬 사회운동?’이냐며 비난을 했을 수도 있었을 것 같습니다만, ‘원효의 화쟁사상’ 등 철저하게 불법에 기반을
둔 통일운동을 했다는 점에서 스님은 누구보다 출가수도인의 본분사에 충실했던 수행자였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