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처럼 아무 흔적도 남기지 않는 마음, 무엇에든 집착하지 않는 큰마음을 허공과 같은 마음이라고 합니다.
만일 하늘에 새가 날아간 자국이 지워지지 않고 남아 있다거나 비행기가 날아간 흔적이 있다고 한다면 어찌 되겠습니까? 다른 새가 날아가거나 다른 비행기가
운항하는데 지장이 있겠지요.
그러나 아무런 흔적이 남아있지 않기 때문에 다른 새들도 거침없이 날아다닐 수가 있고 비행기도 같은 항로를 되풀이해서 운항하게 되는 것입니다.
‘여련화 불착수’라는 글귀는 비록 좋지 못한 환경 속에서 살더라도 마치 연꽃이 흙탕물에 오염되지 않는 것처럼 온갖 나쁜 생각을 하더라도 우리 마음에
본성 자체는 결코 더럽혀지지 않는다는 뜻이요, 한편으로는 연꽃과 같이 물들지 않는 이 본마음을 찾아서 바르게 살라는 뜻입니다.
우리가 살고자 하는 새 천년은 그 삶의 질의 면에서 크나큰 변화가 있고 의식의 변화가 있다 하겠습니다. 그러나 심성에서 파생된 선악의 가치표준은 크게
달라진다고 보지는 않습니다.
의식의 다변화, 문화적인 다원화, 빈부의 차별화에서 오는 환경적 불안과 갈등의 소지는 20세기에서 경험 못한 더 복잡한 사안들이 발생할 수 있다 하겠습니다.
요즈음 세상이 하도 험악해서 아무리 착하고 선하고 바르게 살려고 해도 주변 환경 때문에 잘되지 않는다고 불평들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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