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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여기에 시간과 공간, 사고와 문화의 제약을 상정하지 않은 것이지만,
산술적으로 볼 때 인류는 네 다리만 건너면 모두 친구인 셈입니다.

열 다리도 아니고 네 다리만 건너면 모두 아는 사이인데 조욕나 이데올로기가 다르다고 서로 피가 다르고 생활양식이 다르다고 으르렁거리고 서로 총을 겨눌 수 없을 것입니다.

이라크인의 고통이 부메랑처럼 미국인의 고통으로 되돌아 올 수 있습니다.

미국 군인에게 형제를 학살당한 이라크인이 모든 미국민을 향해 증오와 복수의 절규를 할 때 선량한 미국 국민은 무엇이라 변명할 수 있겠습니까? 

미국 아이들이 자기 부모에게 미군의 화학무기인 열화우라늄탄에 죽어 가는 자기 또래 이라크 아이의 죽음에 대해 묻는다면 어떻게 설명할 수 있겠습니까?

처참하게 죽어가는 이라크 아이들이 테러를 할지 모르는 나라에 살기 때문이라고 말할 수 있겠습니까?

바이오스피어2(BiosphereⅡ) 프로젝트를 통해 현미경으로나 보이는 하찮은 박테리아가 지구 전체 대기와 생명체의 균형에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발견했습니다.

이렇게 세계가 인연의 세포로 겹겹이 연결되어 있는데 홀로 존재한다 할 수 없을 것입니다.
나는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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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째가름(기조강연-최종수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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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당신이 있어서 나 또한 존재합니다. 이슬람인이 있어서 백인이 있고 백인이 있어서 이슬람인이 있습니다. 백인에게도 이슬람인다움이 있고 이슬람인에게도 백인다움이 있습니다.

<성경>의 가르침이 사랑과 평화이듯이 <코란>의 가르침도 사랑과 평화입니다. 우리는 홀로 살아가는 존재들이 아니라 더불어 살아야 할 존재들입니다. 인연의 사슬이 깊어 수천 억년 가운데 같은 시대에 수 조 개의 별 가운데 같은 별에 살아가고 있는 것입니다. 같은 시대에 같은 별에서 얼굴을 맞대고 있는 그 자체가 ‘기적’입니다. 이런 너와 나, 그리고 우리는 얼마나 소중한 존재들입니까?

아직 늦지 않았습니다. 진정으로 테러를 종식하고 미국 국민이 편안하게 중동의 고대문명 유적지를 활보하고 미국 국민과 이라크인이 서로 웃으면서 축구를 할 수 있는 길이 있습니다.
테러를 막는 근본적인 길은 이라크에 폭탄 대신 구호식량을 떨어뜨리는 것입니다. 만약 이런 일이 벌어진다면 이라크인의 마음속에 있는 부처들이 살아나서 잠재적인 후세인과 테러리스트들까지 쓸어버릴 것입니다.

유엔개발계획(UNDP)에 따르면 300억 달러면 지구상의 모든 가난한 사람들이 농사를 짓고 충분한 영양을 섭취하며 기초 건강관리를 하며 교육을 받는 등 인간적인 존엄성을 유지하며 삶을 영위할 수 있는 영구 시스템을 만들 수 있다고 합니다. 더도 덜도 말고 300억 달러면 전 인류가 기아에서 벗어나는데 그 서른 배에 달하는 9,000억 달러의 폭탄을 이라크에 퍼붓는 것이 얼마나 야만적인 학살입니까?


넷째가름(기조강연-최종수 신부)

(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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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란 봄을 그리며 아쉬움과 바램 속에서 봄을 기다리고 또한 찾아 헤매지만 마음속으로부터 느끼지 못할 때 자연의 신비로움도 허사가 되어 버리는 것을 우리는 경험하게 된다.

금력이 인간생활에 경제에 많은 도움을 주는 것이 사실이지만 금력에 눈이 어두운 수전노의 생활이란 인간고초를 겪는 노예의 생활이 되기도 하는 것이다.

밀레의 만종이 제아무리 절세의 명화라 하더라도 오랫동안 두고 보면 점점 염증이 나는 것이며 하이네의 신곡이 제아무리 천하절창이라 하더라도 오랫동안 두고 들으면 점점 흥미가 줄어드는 것과 같이, 봄을 찾는 인간의 마음 역시.....

봄은 자연에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들의 마음속으로부터 찾는 봄이어야 봄의 진미를 맛보지 않을까.

불을 經由한 종이는 종이가 아니요 재며, 끓는 물을 經由한 눈(雪)은 눈이 아니요 물이다.

우리는 모든 방면에 있어 어느 정도의 찾고자 하는 소기의 목적이 실현이 되었다 하더라도 그것만으로 만족하지 아니하고 다시 보다 이상의 환경을 요구하며 그 보다 이상의 자유를 요구하며 또다시 그 이상의 행복을 추구하여 끊임없이 연쇄적으로 限없이 要求하는 것이 빼버릴 수 없는 人間心理의 先天的 本質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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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4)

다섯째가름(봄이 머무는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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完全의 完全을 위하여 수많은 不完全的 존재를 밟고 넘어 無窮無窮히 前進하고 있는 자가 人間이며 創造의 創造를 위하여 한없는 不創造的 存在를 밀치고 앞서, 끝없이 前進하고 있는 자가 또한 인간이다.

끝없이 망망한 우주라는 광야에서 오늘도 내일도 한없는 시간 속에서 아지랑이 같이 아리송한 꿈에 도취되어 가지고, 알 수 없는 소망의 꿈의 황금의 나라를 발견하고자 정처 없는 길을 걷고 있는 百年의 旅行者가 또한 인간이다.

달리 말하면 한없이 망망한 세계라는 大地에서 금년도 내년도 끝없는 시간 안에서 금실같이 찬란한 환상(幻想)에 사로잡혀 기약도 없는 따사로운 봄의 궁전을 만나고자 끝없는 탐정을 계속하는 것이 一世의 放浪客이 아닌가 한다.

오늘 이 따사로운 봄의 입김이 스며드는 촉촉이 내린 비에 영원히 머물 수 있는 봄의 훈향을 다시 찾아 나설까 생각한다.

<김도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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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섯째가름(봄이 머무는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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