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어릴 적 그러한 꿈들이 산 좋고 물 좋은 명산의 고찰을 찾게 하였고 드디어는 세속의 세연까지 버리게 된 것인지도 모르겠다. 나는 한국에서 이름 있다는 명산을 가보지 않은 곳이 거의 없다. 강원도 오대산, 설악산, 치악산, 경기도에 용문산, 술악산, 도봉산, 충청도는 속리산,
계룡산, 전라도에는 지리산, 노령산, 경상도에는 재약산, 영축산, 금정산, 제주도에 한라산... 이와 같이 많이도 찾아 다니며 때로는 감상에 젖어 보기도 하고 때로는 산울림을 찾아 외쳐보기도 하였다.
그러나 마음속에서 찾고자 하는 봄이 머물러 있는 곳은 아직까지 찾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상춘의 나라 미국속의 LA는 꿈속에 그리는 꿈의 봄인가 하고 지난 75년 늦겨울 한국불교 해외주재 포교사로 임명을 받고 이곳에 부임한 것이다. 어릴 적 꿈속에서 그리던
강남이 바로 이곳이거니 하고 따사로운 햇볕이 온 대지를 비추고 이름 모를 새들은 노래를 하고 높은 산 저너머에서는 하늘거리는 실바람이 불어오고 앙상한 고목등걸 돌옷 입은 바위에서도 산토끼가 뛰어놀고 있겠지 하며 설래는 마음으로 기착한 것이다.
이곳 LA는 훈훈한 실바람이 불지는 않지만 청명한 하늘, 온화한 기후, 항상 푸르러 있는 열대수와 상록수의 수림이 있어 좋고, 높은 산은 아니지만 서울 남산에
맞먹는 그리피스팍에 우거진 수림 사이사이 뛰어넘는 다람쥐들을 볼 수 있어 좋고, 실개천 흐르는 물이 없어 물장구치지는 못하나 그 높은 꼭대기에 상수도관이 있어 다른 정경을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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