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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력에 의해 억지로 봉합해놓은 통일은 결코 진정한 통일이 아닙니다. 한 편의 승리와 다른 편의 패배로 이루어지는 통일은 결코 온전한 통일이 될 수 없습니다. 승자의 자만과 패자의 분노로 이루어 놓은 통일은 언젠가는 더 큰 불행을 기르는 무모한 수고일 뿐입니다.

아직도 끊임없이 계속되고 있는 세계 각지의 분쟁들은 상대와의 합의를 무시한 채 힘으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어리석은 시도들 때문에 일어나고 있는 비극들인 것입니다.

구소련의 해체와 함께 80여년을 지배하던 볼셰비즘이 지구상에서 사라진 지금 단지 체제가 다르다는 이유로 대화와 합의의 가능성을 모두 거부한 채 무력에 의한 해결만을 도모한다면 이것은 역사를 거꾸로 돌려놓는 것과 마찬가지의 결과를 낳게 될 것입니다.

종교인은 신앙생활을 통해 삶의 참된 가치를 발견케 하고 인간의 내적 삶을 풍요롭게 하는 사명이 있습니다.
그러나 내적 삶이 외적 삶과 유리될 수 없고 인간의 존엄과 가치가 현실 속에서 구현돼야 하기에, 미움과 이기심으로 시작되어 전쟁과 보복이라는 거대한 인명살상으로 번져 인간의 존엄이 멸시되는 현실에 대해 침묵하고 외면하는 것은 진정한 구도자의 자세가 아닙니다.

적극적인 평화운동과 전쟁억제 운동이 곧 우리의 생명존중의 표현이 돼야 한다는 것입니다. 전쟁과 국가이익이란 본래 종교인의 영역이 아니므로 관여할 수도 또 관여할 일도 아니라는 현실 외면의 자세로는 더 이상 생명존중의 종교인의 사명을 감당해 갈 수 없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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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째가름(특별기조 연설-이승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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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히 우리 조국의 현실이 이제 그 실험대가 되어가고 있는 현실 속에서 우리는 종교인들의 이름으로 조국의 평화정착을 위한 구체적인 참여와 역할을 수행해 가야 한다는 것을 말씀드리고자 하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우리 종교인들이 어떻게 조국의 화해와 평화통일을 이루는데 기여할 수 있느냐 하는 것을 몇 가지로 생각해 보겠습니다.

첫째는 우리 종교인들이 종교본연의 가르침인 인간사랑과 생명사랑이라는 평화의 가르침을 보다 구체적이고 분명하게 인지하고 가르치고 실천해 나가는 것입니다.

과거에 종교가 특정그룹의 전쟁논리를 지지하거나 용인해 온 예도 많습니다. 악을 제거한다는 명분으로, 혹은 국익을 위해서, 아니면 더 큰 악을 막기 위한 필요악으로서 전쟁을 지지하거나 용인하기도 했습니다.

전쟁이 아닌 타협을 통해 해결될 수 없는 인간 간의 관계란 본래 없습니다. 국가 간의 문제도 예외가 될 수 없습니다. 따라서 종교는 인간의 존엄과 생명의 가치를 지키기 위해 어떠한 전쟁논리도 정당화 해주지 않겠다는 의지와 노력이 필요한 것입니다. 즉 각 종교마다 평화와 화해를 위한 교리적 신학적 노력을 경주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정신적 토대를 세우는 일은 중요한 일입니다. 왜냐하면 언제나 사상은 정책에 영향을 미치고 정책은 결정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평화를 기반으로 세워진 사상적 노력은 분명 이 땅에 평화가능성을 높이는데 기여할 것입니다.


넷째가름(특별기조 연설-이승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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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한 종교계의 통일운동은 정의와 평화의 성취, 분단의 극복과 민족의 화해, 그리고 평화통일과 새로운 국가건설이라는 명제를 가지고 있다.

통일을 이룩하는 방법 그 자체가 철저히 평화와 정의에 입각하여야 하며, 통일 그 자체가 새로운 세계를 구축할 수 있는 것이어야 한다.

남북분단의 역사를청산하고 ‘둘이 완전하게 하나’가 되는 새로운 역사를 만들어 가는 과제는 반드시 남북 양자의 호혜적 쌍무적인 관계에서 추진되어야 한다.(상동 p.155)

남북한의 종교인들은 한반도에 도래할 신질서와 통일과정에서 나타날 사회갈등을 내다보면서 민족화해와 종교협력의 대전략을 가지고 이 변화의 물결을 맞이해야 한다.

이런 점에서 종교교류를 제도화하여 원칙과 방향을 설정하고 일관성 있게 추진하는 것이 필요하다.

종교교류를 통해 민족공동체 의식을 정립하는데 기여하도록 하며 남북한의 종교 현실에 대한 이해를 증진하고 특히 종교공동체 의식을 창출하는데 노력해야 한다.

또한 남한 내 종교기관간의 지나친 경쟁을 지양하고 인적교류를 통한 인간적 이해에 교류의 중점을 둘 필요가 있다.

남북한 종교교류의 제도화를 촉진하기 위해서는 남북한의 경제발전수준을 감안하여 남한 쪽이 물질적 인센티브를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하는 한편, 민족전통과 문화적 자원을 십분 활용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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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째가름(특별강연-신법타 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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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남북간의 종교적 차이가 크기 때문에 초기에는 교류협력을 확대하고 정례화 하는데 비중을 두며, 점차적으로 이를 법제화하고 궁극적으로 종교문화협정을 체결하여 교리와 신앙의 실질적인 통합이 이루어지도록 노력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범종교간 협의체 구성이 필요하며 정부의 정책적 뒷받침이 수반되어야 한다.

특히 종교상황이 열악한 북한 쪽 입장을 적극적으로 수용하는 자세가 요구된다. 북한의 경제난이 어느정도 해소될 때까지 종교계의 대북 교류협력은 순수한 종교적 교류보다 인도적 차원의 지원에 집중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으로 생각된다. 경제적 지원을 종교적 포교와 결부시켜서 인도적 지원이 포교의 대가라는 인식을 심어주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나아가 남북한의 종교교류를 종교행사나 대북 지원에만 국한시키지 말고 체육, 학술, 문화교류, 역사교육 등과 병행하여 추진할 필요성도 있다. 북한이 종교를 민족주의적 관점에서 해석하고 접근하고 있기 때문에 종교와 민족주의와의 관계를 정리함으로써 남북 종교의 실질적 통합을 준비해야 한다.

남북한은 남북기본합의서의 정신에 입각하여 상호교류와 협력을 증대시킴으로써 화해적 공존을 추구해야 한다.

종교교류는 바로 민족공동체 통일방안이 제시하는 이러한 화해협력의 첫걸음을 내딛는데 있어서 남북종교간의 이해를 증진함으로써 민족적 화합을 도모해야 하는 중요한 사명을 안고 있다.


넷째가름(특별강연-신법타 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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