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적인 경험의 세계와 능력을 조금 더 개척하여 넓힌 것일 뿐입니다. 그 신비한 경험이 무엇이든 결국 자기 현상계의 확산이며 개념의 확산입니다.
색이 공으로 진화하고 합일한 것이 아니라 색의 범위가 넓어진 것입니다. 색과 공의 간극은 미지가갖고 있는 무궁무진함 만큼 지속되는것입니다.
위에서 현상계의 본질이라고 주장한 개념에 대해 살펴보기 위하여 유리컵을 생각해 봅니다. 투명한 찻잔, 붉은 물잔, 육각형의 술잔, 요리용 계량컵 등으로 다양할 수 있습니다.
모든 유리컵은 유리로 만들어집니다. 그 컵들을 녹이면 모두 동일하게 유리가 됩니다. 그러나 모든 유리가 유리컵은 아닙니다. 유리로 만들어지는 것은 컵 말고도 접시, 탁자, 창문, 장식품, 광학렌즈 등으로 다양합니다.
유리를 유리컵과 구분하고 유리컵을 광학렌즈와 구분하는 기능은 개념에 의하여 일어납니다.
물질의 원료를 알아보는 원숭이가 있을지라도 그 원숭이에게 유리컵, 유리대접, 유리창, 유리 장식품 등은 모두 동일한 유리입니다. 모양의 차이 외에는 다를 바가 없습니다. 여러 유리 뭉치들을 개념으로 다양하게 구분하는 것은 사회성을 갖춘 인간에게만 가능합니다.
인류의 역사는 개념의 발전사입니다. 인류의 어휘는 계속 증가해왔습니다. 선사시대에는 형이상학적 개념이나 뭉뚱그려진 몇 가지의 개념들만 사용했을 것입니다. 그 이후 점차로 물질에 대한 이해가 깊어지고 사회가 복잡해지면서 개념들이 세밀하게 분화되고 확산된 것입니다.
산업혁명은 자연계의 힘을 개념화한 것이고 민주주의 혁명은 권력의 힘을 새롭게 개념화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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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뱅이론, 양자역학, 현대의 분석철학, 현대 심리학, DNA 규명 등은 모두 개념이 심화되는 현상입니다.
개념이 생기면 유리, 나무, 돌에서 컵이 나옵니다. 처음에는 가공되지 않은 자연물 또는 최소한의 가공을 한 자연물을 필요에 의하여 사용하면서, 그것을 다른 자연물들과 구분하기 위하여 개념을 사용한 것입니다.
구석기시대의 유물로 돌칼이나 돌도끼가 발견됩니다. 고기를 이빨로 뜯던 생활에서 도구를 사용하여 고기를 자르거나 가죽을 벗긴다는 개념이 생겨나고 그 개념에 맞아떨어지는 자연물을 선택하여 사용한 것입니다.
신석기시대에 들어서면서는 자연물과는 확연하게 구분되는 가공된 연장들을 갖게 됩니다. 개념이 구체화되고 세밀하게 적용된 것입니다. 이런 방식의 이해와 기술의 발달을 개념의 진화가 선도했습니다.
위에서 설명한 것처럼 개념은 물질을 다루는 기술의 발달과 사회관계의 복잡성에 의하여 창조되고 진화하지만, 자연의 현상을 의인화하여 이해하고 해석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것들도 있습니다. 종교적이거나 형이상학적인 개념들인데 이런 것들은 믿음의 체계여서 지식으로 발달하지 않으므로 별로 진화될 일이 없습니다. 그래서 현대인이 갖고 있는 이런 종류의 개념들은 고대인의 그것과별반 다르지 않으며 뿌리가
깊습니다.
어찌 되었든 이것들도 개념이라는 것입니다.
개념의 진화는 엔트로피 법칙과 같아서 세밀화와 확산의 방향으로만 전개되며 한 번 새겨진 개념은 주워 담아지지 않습니다. 어떤 개념도 탈 개념이나 미지를 지향하지는 않는다는 것입니다. 미지라는 개념조차 미지를 왜곡할 뿐입니다.
거의 모든 개념은 시공간이라는 하부 개념을 디딤돌 삼습니다. 각 개념에 내포된 시공간성을 탈색시켰을 때 살아남을 개념이 별로 없다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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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과 공간은 인간의 외계에 선행하는 실체가 아니라 인간이 세계를 이해하는 틀일 뿐입니다.
신, 영혼, 무한동력, 영생, 치유, 외계인, UFO, 천사, 채널링, 신인 합일 등의 개념들에서 시간과 공간을 제거한다면 녹아서 하나로 들러붙어 버린 엿과 다를 바가 없게 됩니다.
결국 인류가 마주한 이 모든 세계가 개념 체계라고 설명하는 것입니다. 선어록에 "마음 밖에 한 법도 없다"고 한 설명은 우리가 마주한 세계에서 개념 아닌 것이 하나도 없다는 것입니다.
딱 하나의 예외가 있는데 그것이 바로 미지입니다. 그러나 그것은 우리가 마주한 세계가 아니라 세계의 배경이고 근원입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개념의 세계와 그것과 무관한 미지, 두 세계에 걸쳐있으므로 진리는 이원론으로 이해되어야 합니다.
개념의 세계는 조건에 의하여 다양하게 변화합니다. 고조선 시대 만주 벌판에 살던 사냥꾼, 1900년 아마존 원주민, 현대의 과학자에게 각각 펼쳐지는 세계는 매우 다릅니다. 그러나 그들이 경험하는 미지는 모두 동일합니다. 대표적인 예가 잠의 경험인데 그 모두에게 동일하게 경험되며 다르지 않습니다. (엄밀하게 말하면 미지나 잠은 경험하는 것이 아니라 당하는 것입니다.) 이렇게엄연히 다른 두 개의 세계가
있습니다.
다시 인용한 문장을 살펴보겠습니다. "당신 자신을 인정하기 전까지는, 항상 분리의 고통이 있을 겁니다. 그러나 당신이 자신에게 위대한 변화를 허용할 때, 우주 전체와 하나 됨의 절정을 경험할 때, 조금씩 조금씩 그 분리는 줄어들 겁니다."
이 문장은 서로 교섭할 수 없는 개념의 세계와 개념 밖의 세계를 섞어서 설명함으로써 사람들이 지금 여기를 경험하거나 머무르지 못하게 하며 바깥으로 내달리게 만드는오류가 있다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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