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언젠가 부처님이 구루국 캄아사담마라고 하는 성읍에 계실 적에, 장로 아아난다는 부처님께 예배하고 여쭈었다.
"부처님이시여, 緣起의 법은 매우 깊고 미묘하여, 배우는 이로서 생각하고 의론하기 어렵다고 하셨습니다마는, 우리들은 도리어 명백히 눈 앞에
보는 것 같사옵니다."
"아아난단여, 그렇게 말하지 말라, 연기의 법은 매우 깊고 미묘한 까닭이 있다. 아아난다여, 이 법을 깨닫지 못하고 사무쳐 보지 못함으로
말미암아, 모든 중생들은 엉크러진 실과 같이, 새삼넝쿨과 같이, 그 속에서 얽히어 스스로 벗어나지 못하고, 악취에 윤회하여 해탈할 길이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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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아아난다여, 만일 어떤 사람이 '어떤 결정적인 인연이 있어서, 늙고 죽음이 있게 되느냐?'고 묻는다면, '있다'고
대답하리라. '어떤 인연으로 늙고 죽음이 있느냐?'고 물으면, '남(生)의 인연으로 늙고 죽음이 있다."고 말하리라.
아아난다여, "어떤 인연으로 '남'이 있게 되느냐?'고 물으면, [有](存在)의 인연으로 '남'이 있다고 대답하리라. '어떤
인연으로 [유]가 있느냐?'고 물으면, 取(取得하는 것)의 인연으로 [유]가 있다고 대답하리라. 이와 같이, '취'는 愛의 인연으로, '애'는
感受의 인연으로, '감수'는 接觸(감각기관이 경계와 교섭하는 것)의 인연으로, '접촉'은 名色(정신과 육체)의 인연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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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색'은 識의
인연으로, '식'은 또 '명색'의 인연으로 있게 되는 것이다."
(3)"아아난다여, '명색'의 인연으로 '식'이 있고, '식'의 인연으로 '명색'이 있게 되며, '명색'의 인연으로 '접촉'이
있고, '접촉'의 인연으로 '감수'가 있고, '감수'의 인연으로 '애'가 있고, '애'의 인연으로 '취'가 있고, '취'의 인연으로 '유'가
있고, '유'의 인연으로 '남'이 있고, '남'의 인연으로 '늙고 죽음'이 있고, '늙고 죽음'이 있으므로 근심, 걱정, 슬픔, 괴로움이 있는
것이다. 이것이 모든 괴로움의 덩어리이다.
아아난다여, 만일 모든 중생이 '남'이 없었다면, 늙고 죽음이 있겠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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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처님이시여, 그럴 수가 없나이다."
"아아난다여, 모든 중생이 '남'이 없었다면, '남'이 없으므로 또한 '늙고 죽음'이 있을 수 없으리라. 이것이 '남'의 인연으로
'늙어 죽음'이 있다는 것이다.
아아난다여, '유'의 인연으로 '남'이 있다 함은, 모든 '유'가 없을 때 예컨대, 欲有(欲界) 色有(色界) 無色有(無色界)의 모든 존재가
없다면, 그것이 다 없으므로 말미암아, 모든 중생이란 '생'의 존재가 없을 것이니, 이것이 '유'의 인연으로 '남'이 있다는 것이다. '유'의
인연이 없으면 '남'이 없는 것이다.
아아난다여, '취'의 인연으로 '유'가 있다 함은, 만일 무엇이든지 어떤 곳에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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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을 취함이 없을 때 예컨대, 欲取(모든 번뇌의
집착) 見取(모든 견해의 집착) 戒禁取(계금법에 대한 그릇된 집착) 我語取('나'라는 주관의 집착) 등 모든 집착이 없을 때, 이런 집착이
없으므로 말미암아, '나'와 '나의 것'이란 존재가 있을 수 없는 것이다. 이것이 '취'의 인연으로 '유'가 있다 한 것이다. '취'의 인연이
없으면 '유'가 있을 수 없는 것이다.
아아난다여, '애'의 인연으로 '취'가 있다 함은, 만일 무엇이든지 어떤 곳에서도, 모든 애착이 없을 때 애컨대, 色 聲 香 味 觸 法의
여섯 가지 감각기관의 대상에 애착이 없을 때, 애착이 없으므로 '나'와 '나의 것'이란 취착이 있을 수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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