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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게시글 제목: 태국불교와 왕실(4)
전체글올린 게시글: 2017-11-10, (금) 9:49 am 

가입일: 2016-11-29, (화) 5:42 am
전체글: 427
태국승가와 계율

사진1: 태국 방콕을 찾는 관광객은 물론 불자들은 필히
왓 프라 깨오(에메랄드 사원)을 방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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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1110me01.jpg [ 21.49 KiB | 119 번째 조회 ]

국왕의 장례식을 앞두고 대대적인 태국국민들의 추모 행렬이 왓 프라 깨오(에메랄드 사원)로 이어졌다. 태국국민은 하나가 되어서 일체감을 보여주고 있었다. 필자도 세계불교도우의회 산하 세계불교대학 집행이사라는 신분으로 이 추모법회에 참석하게 되었다. 세계불교도우의회는 별도로 추모법회를 개최했다. 세계불교도우의회는 태국 왕실과는 특별한 관계를 맺고 있기 때문이다. 태국 왕실은 세계불교도우의회의 후원자이기에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음은 당연하다. 왕실과 불교는 실과 바늘처럼 항상 상호관련 속에 있는데, 전회에서도 언급했지만, 왕자들은 필히 비구생활을 경험해야 한다. 승가는 물론 자율적으로 운영되지만, 왕실의 도움과 입김 또한 무시할 수 없다. 태국 왕실이 승가를 존경하는 또 하나의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태국 승가의 계율정신이다. 승가계율을 회복시켜 준 것이 바로 왕실이기 때문이다.

누차 말하지만, 태국 승가의 계율정신은 내가 아는 한 세계불교계에서 가장 모범적이다. 태국에서 비구생활은 그야말로 율장 그 자체의 실천이다. 물론 미얀마나 라오스 캄보디아 승가도 비교적 율장 준수에 철저하다. 이들 상좌부 가운데서도 태국 승가는 제도적으로나 사회생활면에서 비구들은 계율을 지키지 않으면 안 되게끔 제도화 되어 있다. 예를 들어서 비구가 시장 통을 돌아다닌다든지 아니면 호텔 같은 곳을 출입할 수가 없다. 비구는 가사가 여인의 옷자락에 닿으면 오히려 그 여자 분이 복을 받지 못한다 하여, 비구의 가사에 몸이 닿지 않도록 스스로 주의한다. 이러한 것이 생활 속에서 그대로 구현되고 있다. 이런 말을 하면, 상당수의 스님들은 나에게 좋지 않는 감정을 갖는다. 왜 남의 나라 불교를 칭송하느냐고. 하지만 욕을 먹는 한이 있더라도 사실은 사실대로 말하고 싶다. 불교공부를 하면서 부처님의 가르침을 따르는 불교도의 입장에서 사실을 왜곡할 수는 없지 않는가. 차라리 일본처럼 대처불교를 정부에서 공인한 경우라면 모르거나와 우리나라 불교는 이런 과정을 밟지 않았고, 아직도 일본불교의 영향에 의한 잔재가 남아 있기 때문이다. 물론 일부 종단에서는 일본불교의 잔재라기보다는 시대의 변화와 생물학적 관점에서 비구 독신주의를 청산하거나 아니면 절충주의를 택하여 대승보살불교를 지향한다는 이념에서 개방하는 종단으로 정체성을 새롭게 정리하고 있기도 하다. 이 문제는 논란이 계속되고 있기에 여기서 간단하게 결론을 내리기가 어려운 문제다. 다만, 종헌종법에 독신청정 비구를 명문화 해놓고 뒷구멍으로 딴 짓을 하는 것은 오히려 개방한 것보다 더 음흉한 짓이라고 하겠다.

얼마 전 총무원장 선거에서도 이슈로 부각했지만, 지계문제는 승가의 참으로 기본이 되는 핵심문제라고 할 것이다. 불교지성인들은 되도록이면 이런 계율문제를 거론하지 않으려고 한다. 불이익을 당하기 때문이다. 많은 불교인들 더욱이 지도자급에 있는 분들은 이런 위기의 상황을 느끼지 못하는 듯해서 안타깝다. 갈수록 교세가 약화되고 불교로부터 등을 돌리는 신도들이 자꾸 증가한다. 문제는 승가이다. 승가가 건실해야 한다. 승가가 건실하고 청정하지 않으면 재가는 의지할 언덕이 사라진다. 이런 면에서 태국불교 승가는 청정성과 순수성을 잘 유지 계승하고 있다. 태국 승가는 계율을 매우 중요하게 여긴다.

사진2; 비구스님들에게 공양할 생활필수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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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1110me02.jpg [ 10.53 KiB | 119 번째 조회 ]

필자가 80년대 초, 왓 보워니웻 사원에서 비구계를 받고 남방 비구로서 수행할 때, 가장 나를 압박하는 것은 계율이었다. 비구생활 그 자체는 바로 계율준수 그 자체였다. 해가 뜨기 전부터 해가 지고 밤이 되어 잠이 들 때 까지, 비구의 삶은 율장을 그대로 실천에 옮기는 것이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비구계를 받고 내가 받아든 책이 바로 이《율장입문 I,II(The Enterance To The Vinaya), Vinayamukha》두 권이었다. 이《율장입문》I,II는 몽꿋 왕의 불교개혁을 실현하기 위해서 책임을 짊어진 제 10대 태국 상가라자였던 와지라나나와로로사(Vajirañāṇavarorasa(1860-1921)비구가 저작한 율장에 관한 저술이다. 태국의 비구 승가를 위해서 저술되었고, 불교대학에서 교재용으로 쓰던 텍스트였다. 태국어 초판이 1915(불기 2459)년에 출판된 이래로 현재까지 100판도 넘게 출판되었고, 영어판은 1969(불기 2512)년에 초판이 발간된 이래로 수십 판이 발행되었다. 50년 전부터 상당수의 외국인들이 태국 승가에 와서 비구계를 받기 시작하자, 왓 보워니웻 사원 산하에 있던 마하마꿋 불교대학 출판부에서 영역하여 영어판을 내놓게 되었다. 몇 년 전에 입적하신 썸뎃 냐나상와라 상가라자께서 마하마꿋 불교대학 학장으로 계실 때 영문판을 처음으로 간행하셨는데, 영역은 호주 출신으로 왓 보워니웻 사원에서 비구계를 받고 수행하던 프라 칸티팔로 비구와 교수 수친 씨가 공역했다.

《율장입문》 I 권은 1장부터 10장으로 구성됐고,《율장입문》 II권은 11장부터 22장으로 구성됐다.《율장입문》I의 1장은 우빠삼빠다(Upasampadā)인 구족계(具足戒)를 설명하고 있다. 구족계를 받기 위해서는 다섯 가지 조건을 충족해야 하는데, 1. 남자여야하고, 2. 20세가 되어야 하며, 3. 남자로서 거세되지 아니한 자여야 한다. 말하자면 내시는 안 된다는 의미. 4. 부모를 살해한 자는 안 된다. 5.전에 비구로서 4 파라지카(바라이죄)를 범하지 않았어야, 그리고 비구였을지라도 잘못된 견해를 갖고 있다든지 다른 종교(외도)에 몸담았던 자는 안 된다. 제 2장은 율장이란 무엇인가? 제 3장은 파티목카(Pali:Pāṭimokkha, Sanskrit:Patimokha)를 소개하는데, 매우 중요한 장이다. 우리나라에서는 바라제목차(波羅提木叉)로 알려져 있는데, 비구가 지켜야할 계본(戒本)이다. 별해탈(別解脫), 별해탈계(別解脫戒)라 하여 몸과 입으로 범한 허물을 하나하나 따로 해탈하게 한다는 뜻으로 처처해탈(處處解脫)이라고 의역하기도 하는데, 남방 상좌부에서는 비구생활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실천 덕목이 된다.

사진3: 수만 명의 비구들이 모여서 법회를 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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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방 상좌부는 이 계본에 의하면 227 계(조항)가 되고, 북방은 법장부의 사분율(四分律)에 의해서 250 조항이 되며, 비구니계는 348 조항이 되는데, 남방은 비구니 계맥이 단절됐다고 해서 이《율장입문》에서는 다루지 않고 있다. 한국불교는 중국에서 전해졌는데, 법장부의 사분율 전통에 따라서 구족계를 받았다. 사실, 사분율은 남방 상좌부의 율과 거의 같다. 티베트는 근본설일체유부의 율에 따라서 빅슈로서 구족계를 받는다. 이렇게 보면 율장 상으로는 남방 상좌부나 중국 한국(사분율) 그리고 티베트가 거의 다 같은 율장에 의해서 비구(빅슈)로서 구족계를 받고 있는 것이다.

교리나 사상적으로는 상좌 대승 금강승(티베트) 선불교 등등으로 분류된다고 할지라도 승가구성원인 비구(비구니)는 같은 율장에 의해서 구족계를 받고 수지하고 있는 것이다. 일본은 국가에서 승려가 결혼하도록 칙령을 반포해서 사실상 비구승가가 없어졌고, 극히 극소수의 비구가 존재하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는데, 일제치하에서 한국의 비구 승가를 대처화한 조선 총독부는 한국불교계에 대악을 저질렀다. 오늘날 한국불교 승가가 시끄러운 것은 일제에 원인이 있다. 그런데도 학문적으로 조금 선진적이라 하여 일본불교학자나 그들의 저술이라면 자기 조상 신주단지인양 모시고 흠모하는 자들의 담론을 보노라면 그들의 정신 상태를 이해 못하겠다. 학술적으로 아무리 왕성한 담론을 펼쳐도 비구승가가 무너지면 불교교단은 존립이 어렵다고 본다. 일본처럼 국가가 나서서 결혼을 허용하고 전 국민이 동의한다면 모르겠으나 우리 한국불교는 아직 그런 역사가 없다. 한국불교는 비구승가가 원칙이다. 하지만 현실적으로는 대처종단이 있고 재가대처 교단 또한 존재한다. 불교의 프로테스탄트적인 교단에서는 가톨릭이나 개신교의 모습처럼 변형을 꾀하고 있다. 절충주의를 택한 전통적인 종단은 이런 결혼문제에 대해서 과감하게 정리할 필요가 있다. 만해 한용운처럼 강한 신념으로 취처론(娶妻論)을 주장할 수 있는 당당함이 필요하다. 여기서 이 문제는 더 이상 논의하지 않겠다. 다음에 기회가 되면 더 자세하게 논해보기로 하고, 태국불교 승가로 돌아가서 마무리를 하자.

사진4: 추모법회에 참석한 필자 이치란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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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1110me04.jpg [ 8.72 KiB | 119 번째 조회 ]

《율장입문》I,II는 태국 승가의 율장입문 해설 지침서로서, 태국의 비구들에게는 필수과목과도 같은 텍스트이다. 그러므로 외국인으로서 태국에 와서 비구생활을 하는 수행자들에게 이 영문판《율장입문》I,II는 반드시 공부해야 하는 기본 교재이다. 필자도 비구계를 받고 수행생활을 하면서 왓 보워니웻 사원 경내에 있는 마하마꿋 불교대학에서 몇 년 전년에 입적하신 썸뎃 냐나상와라 상가라자의 훈도를 받으면서 율장을 공부할 때, 이 텍스트를 집중해서 연구했던 때가 엊그제 같다. 썸뎃 냐나상와라 상가라자께서는 평생 비구로서 100세가 되도록 율장을 준수하면서 수행을 하신 분이다. 평생 아침에 탁발을 빠뜨린 적이 없다. 사원 주의의 거리에 나가셔서 탁발하셨다. 그리고 항상 방문을 열어 놓으시고 불자님들이나 내방객을 맞이하여 부처님 말씀을 전하고 비구로서의 품위를 유지하셨다. 내가 이렇게 태국의 비구 승가를 칭송하는 것은 세계 모든 불교의 비구승가가 건실하고 청정하고 순수해야 세계불교가 발전하고 정법이 구현되고 불교라는 종교가 영원할 수 있다는 것을 강조하고자 함에 그 의도가 있음을 독자들께서는 이해해주셨으면 한다.

태국 방콕: 보검 이치란 박사
WFB 세계불교대학(WBU)집행이사
해동세계불교연구원 원장 http://www.haedongacademy.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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