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가 처한 환경위기를 부처님의 가르침으로 해결하고 세계평화와 화해에 불교도가 중심적 역할을 담당하자!”

‘21세기의 불교생태환경사상과 수행’을 주제로 한 세계불교도우의회(WFB) 한국대회가 엑스포 대회가 열리고 있는 전남 여수에서 6월 12일 오후 개회식을 시작으로 5일 간의 일정에 들어갔다. 주요행사를 마친 14일 현재 WFB 참석자들은 한국사찰 방문 등의 남은 일정을 마무리 짓고 16일 폐회된다.

이번 대회의 준비를 총괄한 집행위원장 진옥 스님이 12일 열린 개회식에서 개회를 선언하고 있다.

개회식 장면. 전남 지역 불자들과 전국에서 온 불자들 수천여명이 흥국체육관을 가득 메웠다.

개회식에서 송광사 화엄사 스님들의 예불의식 집전 장면. 장엄한 한국불교 의식문화를 세계 불교도에게 알리는 소중한 시간이었다.

개회식은 “꽃 들어 환영합니다. 세계에서 오신 불교도 여러분 환영합니다. 지금부터 세계불교도우의회 한국대회를 시작합니다”라는 대회 집행위원장 진옥 스님(여수 석천사 주지)의 개회사로 그 돛을 올렸다.

전 세계 40개국에서 170개 지부 대표 및 참관인 등 약 1천여 명의 불자들이 참석하는 이번 대회는 세계가 직면하고 있는 환경문제에 대한 불교적 해법을 모색하고 공동의 대응방식을 찾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와 함께 각 대표국 간 협력을 증진하고 불교문화에 대한 비전을 공유하는 장을 마련한다는 공동의 목표를 확인하는 노력을 기울였다.

특히 대회를 주관하는 한국불교계는 이번 세계불교도우의회 한국대회를 통해 한국불교가 간직하고 있는 간화선 수행 전통 등을 세계에 알리고, 불교문화를 토대로 하는 산업에 대한 비즈니스 모델을 공유하고 창출하는 데 주력했다.

제26차 세계불교도우의회, 제17차 세계청년불교도우의회(WFBY), 제9차 세계불교대학회의(WBU), 제3차 불교비즈니스포럼 등이 잇따라 열리는 세계 불교도들의 축제이기도 했던 이번 한국대회에서는 특히 세계 고승들이 증명하는 가운데 판차실라(기본5계) 수계법회가 열렸으며, 창작 뮤지컬 ‘카르마의 노래’가 무대에 올려졌고, 대회가 열리는 여수 인근의 명산대찰 화엄사와 송광사 참배 및 여수 엑스포 관람 등의 문화행사도 함께 진행됐다.

조계종 총무원장이자 이번 대회의 명예대회장을 맡은 자승 스님이 축사를 하고 있다.

축사를 하고 있는 WFB세계본부 회장 판 와나메티.

이명박 대통령도 이번 대회의 한국개최를 축하하는 영상메시지를 보냈다. 

6월 12일 오후 4시30분부터 여수 흥국체육관에서 열린 개회식은 전 세계에서 참석한 불교도들의 소통과 교류를 넘어 세계인들의 평화와 화합을 위한 불교도의 역할을 대외에 천명하는 내용으로 진행됐다.

특히 개막식의 무대를 ‘불교생태환경과 수행’이라는 대회 주제에 부합하는 ‘산사’의 이미지를 적극 반영한 모양으로 꾸며 호응을 참석자들의 호응을 이끌어냈다. 송광사와 화엄사 대중스님들이 보여준 장엄한 한국불교 전통 예불의식은 한국불교의 고유한 불교문화를 압축해 보여주는데 모자람이 없었다.

개회식에서 조계종 총무원장 자승 스님 축하 메시지를 통해 “세계 불교도 간의 이해와 수행의 교류를 위해 개최되는 WFB한국대회의 성공적인 회향을 위해 국가와 세대, 그리고 인종을 넘어선 우의의 자리, 부처님의 가르침에 대해 상호 탐구하는 자리, 역사와 문화 그리고 서로를 이해하는 소통의 자리로 만들어가도록 준비했다”며 “평화와 화해의 메시지를 전 세계인에게 두루 나눠줄 수 있는 소중한 기회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개회식에 앞서 식전행사에 전국연합합창단 10개 팀이 화려한 의상으로 합창을 선보여 큰 갈채를 받았다.

개회식이 끝난 뒤 흥국체육관 옆 거북공원에서 등축제가 열렸다. 각 나라 어린이들이 각 나라의 전통의상을 입은 등이 밝혀지자 환호가 터지는 등 한국의 발전된 등 기술에 외국의 불자들은 감탄을 금치 못했다.

등축제장에서 만난 대만의 비구니 스님들.

한편 개회식에 앞서 열린 식전행사에서는 1천여 명으로 구성된 전국 불교연합합창단과 55인조 오케스트라가 빚어내는 웅장한 화음이 대회장을 장엄했고, 식후행사로 흥국체육관 옆 거북이공원에서 열린 ‘등 전시’ 점등식과 어린이들의 평화를 상징하는 퍼포먼스도 세계 불교도로부터 큰 찬사를 받았다.

그러나 이번 대회는 중국 대표단의 안하무인적 태도로 얼룩지고 말았다. 티베트 대표단과 승려의 참가에 시비를 건 중국대표단은 결국 대회 도중 철수하고 중국으로 돌아가는 파행을 저질렀다. 정치적 이념을 떠나 순수한 불자들의 모임으로 치르자던 WFB한국대회는 중국 대표단의 정치적 망동으로 수포로 돌아가고 말았다.

WFB세계본부회장 판 와나메티와 사무총장 펠렙이 행사가 끝나기 전에 돌연 출국한 것도 중국의 티베트 탄압과 티베트 승려들의 잇단 분신 및 티베트 불자들의 죽음에 대한 입장을 밝혀야 한다는 압박을 피하기 위한 돌발적 행동으로 분석된다.

중국대표들의 거침 없는 파행적 태도는 그동안 중국불교의 눈치를 보아온 WFB본부의 책임도 없지 않다는 비판이 일었다.

WFB본부 측은 포럼에서도 ‘불자들 수백명이 죽어가고 있는 티베트의 현실을 외면하지 말고, 중국정부와 티베트 문제에 대해 WFB가 불교도의 입장에서 원칙을 정해야 한다’는 객석을 질문을 묵살하는 이해할 수 없는 행태로 나타나기도 했다.

비교적 잘 준비된 WFB한국대회에도 불구하고, 중국대표단의 어처구니없는 행동으로 빛을 잃은 이번 사태의 재발 방지를 위해 WFB가 앞으로 어떤 행보를 취해야 할 것인가라는 과제를 남기고 이번 대회는 6월 16일 6일 간의 일정을 마치게 됐다.